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2020년 12월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에 들어가고 있다. /김지호 기자

지난달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9) 부부가 대형마트에서 술을 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글과 사진이 최근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졌다. 하지만 사진 속 노부부는 조두순 부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의 근거 없는 가짜 게시물 때문에 조두순 부부로 몰렸던 노부부의 사위는 “지금 이 시대의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조두순 마트에 떴다' 목격담… 법무부 “사실 아냐”

지난 1일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조두순 마트에 떴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백발에 모자를 눌러 쓴 남성이 한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서 동행한 여성과 영수증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의 사진도 첨부했다. 쇼핑카트에는 주류가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사진 속 남성의 발목 부위에 “전자발찌 보인다”고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네티즌은 바짓단이 접힌 부분을 확대해 범죄자의 위치 추적 장치인 전자발찌라고 추정하거나, 카트에 주류가 담겨있는 것을 보고 음주 관리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조두순 술 사는 거 보호해주냐'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두순이 외출해 주류를 구입한 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경찰 등 보호관찰당국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법무부는 2일 “전자감독 대상자 조두순은 출소 이후 보호관찰관과 동행해 생필품 구입을 위해 거주지 인근 마트에 출입한 것 외에 4월 1일 외출 사실 및 주류를 구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조두순은 법원으로부터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를 하지 말 것’의 준수사항을 부과받았다”며 “전담보호관찰관이 상시 음주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보호관찰소가 주류 구입 여부 및 음주 여부 점검, 주거지 인근 24시간 행동관찰 등 방법으로 감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조두순이 출소한 뒤 현재까지 전담보호관찰관 출장 지도 81회, 통신 지도 4회, 행동 관찰 400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속 부부 가족 “손 떨려… 이 시대의 공포를 느낀다”

조두순의 주류 구입 목격담은 단순 해프닝이었지만, 조두순 부부로 오인돼 사진이 찍힌 시민 가족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사진 속 부부의 사위라고 밝힌 A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두순이 마트에서 술 사는 사진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글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A씨는 “우선 사진 속 인물은 조두순 부부가 아니다. 평생 일만 하시다 은퇴하시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이라며 “우리 부부가 1년 동안 들어와 사는데 저희 먹을 술 쟁여두신다고(마트에 가신 것)”라고 했다.

이어 “쓰고 계신 모자는 제가 사드린 모자고, 노란 운동화도 제가 사드린 것”이라며 “장인어른은 머리를 기르고 계신 상황”이라고 했다. 부부가 착용한 모자와 신발 사진을 함께 올렸다.

A씨는 “지금 우리 장모님은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리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시다”며 “무슨 일 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누가 시작했는지, 커뮤니티부터 시작해 정보 확인도 하지 않는 기자들… 삽시간에 퍼져나가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지금 이 시대의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오해가 없길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퍼나르시지 말고 혹시나 글을 본다면 아니라고 적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