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김모(43)씨는 1일 아침 모처럼 미세 먼지(PM 10) 없는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며 5호선 광화문역에 내렸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당 16㎍(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보통’ 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공개된 광화문역 지하 승강장 초미세 먼지 농도는 ㎥당 120.4㎍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김씨는 “매일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데, 공기 질이 이렇게 나쁜 줄 몰랐다”고 했다.

1일 전국 655개 지하철 승강장의 초미세 먼지 수치가 처음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됐다. 올해부터 지하철 지하 역사에 초미세 먼지 자동 측정 기기를 설치하고 측정 결과를 공개하는 걸 법적으로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의 ‘실내공기질 관리종합정보망'을 보면, 외부보다 지하 역사 내 초미세 먼지 수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출근 시간인 오전 9시 바깥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대부분 ㎥당 15㎍ 이하로 ‘좋음’ 수준이었지만, 지하 역사는 ㎥당 30㎍을 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시청역(111.5㎍), 종로5가역(187.4),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188.6) 등 ㎥당 100㎍을 훌쩍 넘겨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넘는 곳도 많았다. 대부분 오전 8~10시 사람이 몰리는 출근 시간에 미세 먼지 수치가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박용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지하철 역사 내 미세 먼지 수치는 유동 인구, 환기 시설이 오래된 정도, 역사의 깊이, 터널 청소 정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며 “앞으로 역사 내 미세 먼지 수치가 높은 곳은 집중적으로 공기 질 개선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5년마다 ‘지하 역사 공기 질 개선 대책’을 통해 지하철 역사와 객차 내 미세 먼지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투입했다. 공기 정화 장치를 설치하거나 환기 시설을 정비하고 물 청소 장비를 마련했다. 지난해 국비 615억원이 들어갔고, 올해는 257억원을 투입한다.

지하철 승강장뿐 아니라, 객차 내 공기 질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2019년 전국 지자체 7곳이 지하철 객차 내 공기 질을 측정했더니, 미세 먼지 수치가 사람이 혼잡한 시간대엔 ‘나쁨' 수준인 ㎥당 평균 88.8㎍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담당자는 “지하철 객차 안은 문을 자주 열고 닫기 때문에 승강장처럼 실시간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미세 먼지 집진기를 설치하거나 환기 설비 등을 보완해 공기 질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