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뉴시스

축구선수 기성용(32·FC 서울)에게 초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피해자들의 변호사는 “(기성용 등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고, 구강성교를 할 때 느낌까지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16일 밤 방송된 MBC PD수첩은 기성용과 야구선수 이영하·김재현 등의 학교 폭력 논란을 다뤘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기성용에 대한 대목이다.

피해자 A씨는 “스포츠 뉴스가 끝나면 불을 껐다. 매일 그 장소(합숙소)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거짓말 할 것 같으면 몰래 당했다고 하지, 저희는 항상 그 위치(합숙소)에서 당했다”고 했다.

/MBC PD수첩 캡처

피해자 B씨는 “피해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한두 번 불려간 게 아니었다”라며 “(합숙소에서 했지) 밖에서 한 적은 없다”고 했다.

A씨는 “하루는 제가 울고 하니까 (기성용 아닌 가해자 C씨가) ‘오늘 하지마라’ 해서 고개를 들었는데 기성용 옆에 B가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너무 미안해서 그냥 모른척하고 잤다”고 했다. B씨는 “울면서 빠져나가는 게 저는 억울했다. 같이 당하는데 친구만 빠져나가니까 어린 나이에도 억울했던 감정이 있었다”고 했다.

성폭행은 최소 6개월간 계속됐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B씨는 “맞았다, 당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그렇게 얘기하면 축구를) 그만두라고 할까봐. 저는 그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A씨는 “(기성용이)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을 말하고자 했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 역시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에는 정말 (피해자들의 심정을) 몰랐다. 저희는 언론에 나올 정도로 처벌받았는데 그게 사과인 줄 알았다”라며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까 가해했던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알겠더라”고 했다.

기성용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나와는 무관한 일이며 나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며 “모든 주장에 대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다른 소리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사과할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다. (A씨와 B씨가) 사과하고 (의혹 제기 기사를) 철회한다면 내가 선처하고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C씨는 이날 PD수첩에 “그런 일은 없었다”며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황당하다. 화나는 게 아니라 황당하다”고 했다.

A씨는 “그동안 공사장에서 일하고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라며 “이제는 겁나지 않는다. 만약에 거짓이라면 다 놓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스포츠계에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라며 “터져나왔을 때 확실하게 뿌리를 뽑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 변호사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기성용 측 변호사는 “20여년 전에 있었던 일을 밝혀줄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니 제시해주기를 바란다”라며 “(저희 측은) 잘못한 사람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 주장) 이후 많은 제보들이 있었다”라며 “증거를 공개할 경우 진술 번복 등 (기성용 측의)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얘기(예상)할 수 있다. 법정으로 깔끔하게 가져가서 하는 게 공정한 방법”이라고 했다.

PD수첩 측은 “기성용 등이 이들에게 성폭행한 사실을 목격한 증언자가 나왔다”라며 “증언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법정에서 해당 사실을 증언하길 원해 이날 방송에는 담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