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

“화장지, 치약, 칫솔, 비누, 세제 등의 남은 양을 체크해 남아있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합니다.”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가 임신 말기 여성에게 출산을 위한 입원하기 전 집안일을 해두라는 내용을 안내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사이트는 서울시가 웹·모바일에 흩어져 있던 임신·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민원을 처리하겠다며 2019년 개설한 것이다. 서울시의 모자보건 서비스와 난임·임신·출산·육아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콘텐츠 중에는 임신 초기(1주~12주), 임신 중기(13~27주), 임신 말기(28~40주) 주요 신체 변화와 행동 요령을 소개한 ‘임신 정보’가 있는데, 이 대목이 문제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35주차 항목에는 생필품 점검하기·밑반찬 챙기기·옷 챙기기 등의 항목이 있다. 입원하기 전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임산부가 미리 챙기라는 조언이다. 밑반찬 챙기기 항목에는 “냉장고에 오래 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두라”며 “즉석 카레, 자장, 국 등의 인스턴트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옷 챙기기’는 임산부 본인의 것을 챙기라는 설명이 아니다.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 두라”고 했다.

임신 초기 체중관리 ‘꿀팁’으로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한다면 특별한 운동을 추가로 하지 않도 체중관리에 도움이 될 것”을 들었다. 또 “결혼 전 입던 옷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라”고 조언한다. 결혼 전에 입었던 옷이나 출산 후에 입고 싶은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필요 이상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체조를 거르고 싶을 때 그 옷을 쳐다보며 자극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에 올라왔던 피임법 관련 내용. /인터넷 커뮤니티

‘아기를 기다려요 임신준비’ 항목에는 피임법에 대한 조언도 있다. 피임법을 고르는 항목으로 ‘얼마나 자주 성생활을 하는지’ ‘피임하는 데 있어 남성이 얼마나 협조적인가’ 등을 제시했다.

이런 내용은 5일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은 “임신한 아내가 시종이냐” “이게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임신 가이드라는 게 씁쓸하고 끔찍하다” “남성도, 여성도 다 바보 만드는 글인데 뭐가 문제인지 몰라 공식 사이트에 정보라고 써놓느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문제가 된 내용들을 삭제했다.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사이트에는 800개가 넘는 항의글이 올라왔다. 시대착오적 인식을 비판하는 글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