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의 실명을 노출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참모 8명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등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8명은 지난 26일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저희는 2018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그만큼 살아생전 고인의 정책과 정치 활동을 지지했다”며 “같은 이유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 중단과 피해자 관련 자료의 유포 중단 등을 호소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이름, 얼굴 등 신원이 드러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작성,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며 “동시에 이를 목격한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편견을 갖게 만든다. 이것은 피해자에게 큰 폭력”이라며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다. 제출할 자료가 있다면 조사 기관에 연락하고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사람들이 박원순에게 기대했던 가치를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를 구호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됐다.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든 사람, 부당한 폭력을 겪는 사람 곁에 서겠다는 맹세였다”며 “무엇이 부당한 폭력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했다.
서명운동에 나선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0월 일간지 기고문에서 “안타깝게도 고인을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들 중에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합리적 문제제기'라며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한다”며 “저는 이런 행동들이 잘못됐고,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더더욱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저는 비서실에서 일하는 동안 고인이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것이 우리 팀의 실패였다. 아무리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살았더라도 힘을 가진 사람은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이들이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최근 A씨가 과거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 편지와 실명 등이 공개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민경국 전 비서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A씨가 쓴 편지 여러 장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A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쓴 것이다. 민 전 비서관은 이를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썼다. 민 전 비서관이 글을 올린 직후 김민웅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라며 같은 사진을 공유했다. 편지 내용은 물론 피해자의 실명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김 교수는 ‘2차 가해’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면서 “고의가 없는 실수였다”고 했다.
이후 민 전 비서관과 김 교수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A씨 측은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경찰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