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나 빵만 시키면 매장에서 드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정부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카페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자 업주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괜찮은데 왜 우리만 안 되느냐”며 당국에 따졌고, 그 결과 이러한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것이다. 단서가 있다. 빵을 ‘물'과 함께 먹는 건 괜찮지만, ’커피'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혼란이 지속하자 서울시는 30일 아예 “‘브런치 카페'와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식사하는 경우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방침을 새로 내놨다. 어떤 카페가 브런치·베이커리 카페인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런 기준이라면 대표적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도 매장 영업 허용을 요구할 수 있다. 음료 외에 빵, 샌드위치, 샐러드 등 음식 120여 종을 함께 팔기 때문이다.

이른바 K방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핀셋 규제'로 인한 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성급하게 규제를 발표하면서 구멍이 생기거나, ‘무리한 규제'라는 항의에 물러서는 일이 되풀이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방역 당국의 황당 코로나 방역 지침

방역 당국은 1일부터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6가지 ‘격렬한 그룹 운동(GX·Group Exercise)’을 하는 체육 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시간을 불문하고 아예 운영을 못 하도록 막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태권도·유도·복싱·무에타이 등을 수련하는 체육 시설에 대해서는 오후 9시까지 운영을 허용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전공 종목이 집합금지 목록에 포함된 관장들도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노원구의 한 종합격투기 체육관도 홈페이지에 “킥복싱 훈련은 복싱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지했다. 킥복싱에서 ‘발차기'만 안 하면 복싱과 큰 차이가 없는데, 복싱은 허용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 사례가 여러 차례 나왔던 헬스장에도 이중 잣대가 적용된다.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을 위한 헬스장 등 복합 편의 시설 운영은 1일부터 금지됐지만, 일반 사설 헬스장은 운영 시간과 면적당 인원 제한을 지키면 영업할 수 있다. 목욕탕은 더 복잡하다. 목욕탕 영업장 내 사우나실은 사용 금지. 그러나 온탕과 냉탕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골프장이나 헬스장(서울시)에 설치된 욕탕은 이용 금지다.

현장에선 혼란이 벌어진다. 서울 강서구의 한 폴댄스 학원은 원생들에게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운동 시설에 우리가 포함되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휴원하겠다”고 공지했다. 회사원 A씨는 1일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음식점'으로 분류된 버거킹에 들어갔지만, ’커피를 매장에서 드시려면 햄버거를 반드시 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나왔다.

풍선 효과도 나타난다. 만화 카페, 보드게임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카페에 만화책이나 보드게임 등 부가 서비스를 추가한 업종으로, 상식적으로는 일반 카페보다 코로나 확산에 더 취약하지만 오히려 음료 마시기가 허용된다. 일부 업체는 대놓고 반사이익을 노린 마케팅까지 벌인다. 인터넷에선 “경기 수원의 만화 카페에서 추로스와 커피를 마셨다” “서울 영등포의 룸카페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왔다” 등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도 방역 당국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카페의 경우 이용자의 주 목적이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인 만큼 감염 위험이 크지만, 만화 카페나 보드게임 카페의 경우 이용 목적이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다고 봤다”고 했다. 헬스장 규제에 대해서도 “아파트 내 헬스장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방역 수칙 관리가 사설 헬스장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규제가 방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사 업종은 동등한 수준으로 조치가 가해져야 현장에서 불만과 갈등 없이 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수본 관계자는 “모든 업종을 일괄적으로 모두 영업을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며 “확진자 추이를 보고 위험도에 따라 제한 대상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