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억대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는 양현석(51)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검찰 구형(벌금 1000만원)보다 높은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양 전 대표의 도박 행위가 상습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단순 도박’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양 전 대표의 도박이 장기간 큰 액수로 이루어진 것을 미루어 더 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박수현 판사)은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양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7회 출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차례에 걸쳐 다른 일행과 함께 총 33만 5460달러(한화 약 3억 8800만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상습도박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5월 양 전 대표를 단순 도박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오히려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지난 9월부터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단순도박으로 보기엔 증거가 많다'며 검찰에 ‘상습 도박 혐의 관련 의견서’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양 전 대표가 초범이라는 이유를 들어 끝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단순도박의 벌금 상한에 따라 검찰은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더 중한 처벌을 내렸다. 죄목 여러개가 합쳐진 ‘경합범’의 경우 최고 벌금액의 1.5배 벌금을 내릴 수 있다. 재판부는 이를 이용해 벌금 1500만원, 다시말해 검찰이 기소한 내용으로는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벌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양 전 대표)은 장기간에 걸쳐 도박을 했으며, 도박 합계도 4억원이 넘는다”며 “도박은 일탈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회 의식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한다. 피고인의 행위로 청소년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양 전 대표는 도박 혐의와 별개로 협박 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가 이를 수사 중이다.

양 전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가수 연습생 출신인 제보자 A씨가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였던 비아이에게 대마초를 건넨 적이 있다고 진술하자, A씨를 회유 및 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다.

이외에도 진술 번복을 대가로 A씨에게 지급한 변호사 비용을 YG엔터테인먼트 자금으로 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와 A씨의 진술 번복을 통해 비아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시킨 혐의(범인도피 교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