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친문(親文)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로 꼽히는 ‘클리앙’이 최근 정부 비판글이 잇따른 부동산 게시판을 폐쇄한 데 이어, 일반 게시판에서도 “전세집에서 쫓겨났다”는 오랜 회원 글을 추천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15일 클리앙에는 ‘결국 전세 쫓겨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 A씨는 “임대차 3법 입법 후 전세가 2억 가까이 올랐고 결국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나가라 한다”며 “너무 암담하고 화가 난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최소 7년 이상 클리앙에서 활동해온 회원이었다. 그는 “인천 송도에 전세를 살고 있고 내년 1월이 만기인데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한다”며 “시세를 보니 입주할 때 대비 6000만원 이상이 올라 한숨만 늘어간다”고 했다. A씨의 글에 많은 이용자들이 공감하면서, ‘추천글 게시판'에도 올라갔다.

/인터넷 캡처

하지만 이 글은 한나절도 지나기 전에 운영진에 의해 삭제됐다. 삭제 사유는 ‘다른 회원들의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신고자들은 해당 글을 ‘여론 조작’이라는 음모론을 폈고, 운영자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신고자들은 최근 A씨가 ‘집 한채를 가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전세를 살고 있다’는 글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틀린 논리다. 작년 기준 국내 자가 점유율은 58%, 자가 보유율은 61.2%다. 집을 가진 사람 가운데 적어도 5%는 자기 집에 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집을 가진 가족 구성원 가운데 홀로 집에서 떨어진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등을 포함하면,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세를 사는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클리앙 운영진은 지난 10일엔 내부 부동산 게시판 ‘내집마련당’을 폐쇄하기도 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글이 쏟아진다는 이유였다. 당시 운영진은 폐쇄 이유를 “현재 부동산 정책이 혼란스러운점”이라고 밝혔다가, 극성 친문 회원들이 ‘현 정권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냐’며 반발하자 폐쇄 사유를 정정하는 해프닝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