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가 부실에 빠져 환매(還買·상환) 중단 위기에 몰렸을 때 펀드 판매금을 보관·관리했던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전혀 별개의 다른 펀드 자금까지 끌어다 환매를 해주는 ‘펀드 돌려막기’로 옵티머스 펀드를 2년 가까이 유지시켜 줬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펀드 자금 수탁사가 ‘옵티머스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미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수탁영업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출입문을 드나들고 있다./뉴시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복수의 옵티머스 관계자는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된 시점은 2018년 8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6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옵티머스 펀드는 안전한 공공 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대부 업체와 부동산 업체 등에 투자해 손실을 보면서 부실화했다. 그로 인해 펀드 투자금을 상환해줄 돈이 없어 사채 수십억원 등을 끌어다 쓰기 시작한 사실상의 ‘부도 시점’이 2018년 8월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는 올 6월에야 터졌다.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은 옵티머스가 이 1년 10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은행 때문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관계사 고문을 지낸 유모씨는 검찰에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내가 관리하는 하나은행 수탁관리부 직원을 통해서 다른 자산 운용사 펀드 자금을 끌어와 옵티머스 펀드 상환 자금으로 사용해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고문은 또 “하나은행에서 여러 옵티머스 펀드 중 환매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거나, 만기가 남아 있는 펀드 자금을 당겨서 펀드 상환 자금으로 쓸 수 있게 해준 것으로 안다”며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하나은행에 거의 매일 그런 부탁을 하고, 돈을 구해서 다시 메우는 일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진술 등을 바탕으로 하나은행 수탁관리부 A팀장을 피의자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은행의 펀드 마감 업무를 위해 실제 자금 이동 없이 장부상 처리를 한 것으로 펀드 간 거래가 아니다. 검찰 수사 등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野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검 도입해야” 靑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관한 특검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최 수석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이라고 쓰인 서신 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 수석과 만난 뒤 취재진에게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여야정(與野政) 협의체를 상설화하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나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려면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여야정 협의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야당의 특검 요구를 여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최 수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난 7월 보낸 10가지 현안에 대한 질의와 관련해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면서 “(청와대로부터)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 수석은 “(서면으로) 질의·응답하듯 얘기할 수 있는 수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야당이나 상당수 국민이 느끼기엔 (문 대통령의) 불통이 심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월성 1호기 폐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제’ ‘라임·옵티머스 특검’ 등 10가지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이날 최 수석에게 다시 전달했다. 주 원내대표는 “(답을 받지 못해) 또 질의를 준비했다. 최근의 상황들에 관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것도 답변해주시면 좋고 아니면 직접 오셔서 말씀해줘도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로 받은 질문을 함께 검토해 추후 주 원내대표에게 연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