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앞에서 한 시민이 독감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후 의식 불명에 빠졌던 79세 여성이 치료를 받다가 22일 숨졌다. 대전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진 두 번째 사례다. 이외에도 이날 대구에서 백신을 접종한 80대 사망자가 나왔고 경북에서는 70~80대 등 3명이 사망했다. 경남에선 창원과 통영, 창녕 등 70대 사망자 4명이 나왔다. 전남 순천과 전북에서도 백신을 접종한 80대가 숨졌고, 인천에서 70대가, 강원에서는 70~80대 2명이 접종 후 사망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사흘 전 백신 접종을 받은 80대 할머니가 이날 숨졌다. 경기 성남에서도 이날 오후 백신을 접종한 80대의 사망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에서도 접종 후 사망자 2명이 나와 이날 하루 확인된 사망자만 18명이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모두 28건이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0분쯤 유성구 지족동에 거주하는 여성 A(79)씨가 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 여성은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유성구 반석동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제조번호 PT200802)를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성은 백신 접종 당일 오후 8시부터 심한 구토·고열 증상 등을 보였다. 이어 이튿날인 20일 점심 무렵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대전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이 여성은 독감 백신 접종 전 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독감 백신을 접종하러 가실 때도 건강한 상태였고, 매년 백신을 맞아왔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에서는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도 지난 19일 동네 의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뒤, 20일 오후 2시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서구 관저동 한 내과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귀가했다. 이 남성도 이날 숨진 70대 여성과 제조회사가 같지만 ‘로트 번호’(개별 제품보다 큰 단위의 제조 일련번호)가 다른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제조번호 PT200801)를 맞았다.

보건당국은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해교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사망한 두 분 모두 접종 전 예진할 때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기재했다”며 “과거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해 예방접종 때문인지 등 인과관계를 정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대구에서도 예방 접종을 맞은 80대 여성이 사망했다. 지난 21일 예방 접종을 맞은 뒤 질식사한 70대 남성에 이어 두번째다.

대구시는 22일 동구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자택 인근 의원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뒤 22일 오전 호흡곤란을 호소해 파티마병원 응급실로 이송된지 1시간여만에 사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A씨는 기저질환이 있었다. A씨가 접종한 백신은 질병관리청이 무료 접종용으로 공급한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도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A씨의 사인을 파악 중이며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북 성주에서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성주군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 한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 주사를 맞은 76세 A씨가 지난 21일 오후 8시 20분쯤 마당에서 쓰러져 사망한 것을 A씨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고혈압·당뇨·협심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경북 영주와 상주에서도 2명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 사망자 2명 모두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였고 기저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일 오후 2시 37분쯤 동네 의원에서 백신을 맞은 뒤 21일과 22일 오전에 걸쳐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치료를 받던 A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 A씨는 폐섬유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영주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 19일 동네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22일 오전 11시쯤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홀로 살던 A씨는 심장과 관련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경북에서는 이틀간 4명이 사망했다.

경남에선 이틀 사이 사망자가 4명이 나왔다.

이날 오후 1942년생 A(78)씨가 창녕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딸이 집을 찾았다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지난 19일 창녕군 한 의료기관에서 독감예방 접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저질환으로는 고혈압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35분쯤 통영 한 목욕탕에서 1942년 생 B(78)씨가 쓰러진 것을 목욕탕 내 다른 고객이 발견했다. 이 남성은 당시 온탕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119가 남성을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남성은 앞서 지난 20일 통영의 한 내과에서 독감예방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15분쯤엔 창원 진해구 자택에서 1941년 생 C(79)씨가 사망했다. 자택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이 남성은 지난 20일 오후 진해 집 근처 한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혈압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 후 약간의 발적(염증이 생겼을 때 부어오르는 현상)과 부종 등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오후 6시10분쯤엔 창원 의창구 한 목욕탕에서 1941년 생 D(79)씨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앞서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지역의 한 병원에서 아내와 같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당뇨 등으로 약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에서 숨진 4명이 맞은 백신은 모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 4가로 확인됐다. 동일 제조사·동일 제품이지만 제조번호는 다르다고 경남도 보건당국은 밝혔다.

이 약은 질병관리청이 어르신 무료접종으로 공급했다. 유통경로 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된 제품 및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남도는 같은 백신을 접종한 대상자를 찾아 이상반응 여부를 전수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도 백신을 접종한 80세 남성 A씨가 22일 오전 8시 30분 사망했다. 이 남성은 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로 알려졌다. 접종백신은 녹십자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방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는 A씨가 심장 질환 증상 환자여서 인과관계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북에서도 80대 여성이 접종 후 사망했다. 22일 전북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임실군에 사는 80대 중반 여성은 지난 19일 오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고, 지난 21일 오전 숨졌다. 이 여성은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동일 제품을 맞은 접종자 100여명은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독감 백신 접종 후 두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22일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선학동에 사는 A(74) 씨가 이날 오전 6시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20일 관내 한 내과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한 것은 지난 16일 숨진 고등학생 B(17) 군 이후 두 번째다.

강원 춘천과 홍천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80대가 잇따라 숨졌다. 춘천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춘천에 거주하는 A(79)씨가 이날 오전 8시쯤 이상 증상을 보이며 길거리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후 1시 10분쯤 숨졌다. A씨는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춘천의 한 병원에서 무료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A씨는 평소 심장질환과 당뇨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백신 접종 당시 A씨의 건강상태는 양호했지만, 접종 후 자택에서 심장 두근거림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맞은 독감 백신은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제조번호 A14720020)다. 앞서 고양에서도 해당 백신을 맞은 8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홍천군 서석면에서도 이날 오후 1시 30분쯤 B(85)씨가 쓰러진 것을 가족이 발견, 신고했다.

가족들은 “의식없이 쓰러진 채로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지난 19일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어제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10건이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역학조사와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등을 진행 중이다.지난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경북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백신 접종후 사망자가 계속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