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원격 수업 개선 방안 등 각종 회의와 협의회를 열었다며 업무추진비 카드를 결제한 장소가 호프집,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 등으로 밝혀졌다. ‘교육 제도 개선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업무협의회’는 이자카야에서, ‘원격 수업 개선 방안 업무협의회’는 호프집에서 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술집에서 회의를 했지만 술은 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해명했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년간 호프집, 이자카야, 요리주점 등에서 23차례나 회의가 열린 것으로 돼 있다. 총 840만원을 결제했다.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직원 간담회나 간부 워크숍에서부터 ‘청렴총괄팀 하반기 감사운영 관련 협의회’ 등 내부 감사나 주요 정책에 관한 회의들도 호프집 등에서 열렸다.

특히 수제 맥주 전문점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양식점과 광화문의 한 이자카야가 자주 이용됐다. 수제 맥주 전문점은 작년 8월~지난 7월 총 6차례에 걸쳐 156만여원, 이자카야는 작년 12월~지난 5월 5차례에 걸쳐 148만여원을 결제했다. 가게 이름에 ‘비어(beer)’가 들어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에서는 4차례에 걸쳐 182만여원을 썼고, ‘주(酒)’자가 들어가는 경기 고양시의 한 요리주점도 3차례나 등장한다.

사용 시간도 대부분 업무 시간 외 늦은 밤중인 오후 8~11시 사이였다. 또 한 업체에서 같은 날 여러 회의를 가졌다며 업무추진비를 쪼개서 결제하거나, 200만원을 미리 선결제한 경우도 있었다. 금액을 낮추기 위한 ‘쪼개기 결제’나 업무 내용도 정해지지 않은 채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선결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공무원 행동강령은 주류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클린카드(업무추진비 카드)를 술집이라고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참석자들이 술을 시키지 않았을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지적된 업무추진비 영수증들이 주문 메뉴 없이 금액만 기재돼 있어 실제 직원들이 술을 마셨는지 확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