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밥퍼나눔운동본부 앞에는 노인 수백명이 길게 줄을 섰다. 추석 선물을 받아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밥퍼나눔운동본부 직원들은 이들에게 선물 바구니를 하나씩 안겼다. 호박전, 동태전, 소불고기 등 명절 음식과 즉석밥, 라면, 마스크, 휴대용 선풍기 등이 담겨 있었다.
자원봉사자 명진숙(60)씨는 “코로나가 터져 올해 상반기에는 자원봉사를 아예 못했는데 추석을 앞두고 도울 수 있어 마음이 참 좋다”고 했다. 밥퍼나눔운동본부 측은 이날 1500개의 선물 바구니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 단체 대표 최일도(63) 목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최 목사는 1988년부터 청량리역 인근에서 노숙자, 무의탁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무료 급식을 30년간 이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각계에서 이어져 왔던 후원이 크게 줄었고 무료 급식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최 목사는 “원래 하루 1400여 명에게 무료 급식을 드렸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무료 급식 대상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며 “구청 지시에 따라 동대문구 거주자 200여 명에게만 도시락을 드리고, 그 외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에겐 주먹밥을 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코로나 이후 매일 50~60명씩 오던 자원봉사자도 하루 10여 명에 불과하고 후원금도 반 토막이 났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적 밀어내기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는 다른 사회복지단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2년부터 전국 취약계층에 연탄을 제공해 온 밥상공동체연탄은행 허기복(64) 목사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전국 약 10만 가구에 연탄을 제공하는데, 올해는 연탄 수급부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연탄 배달에 나선 자원봉사자도 7800여 명에서 3500여 명까지 줄었다고 한다.
보육시설도 후원이 끊겼다.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의 부청하(77) 원장은 “매년 추석 때마다 80여 명의 원아가 먹기에 모자람 없을 정도로 과일이 들어왔지만 올해 추석 때는 뚝 끊겼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와 수해 때문에 그나마 기업·개인의 기부가 이어졌지만 연말이 걱정이다. 코로나 장기화와 경기 침체가 기부 여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