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업지도 공무원 이모씨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씨의 생전 모습 일부가 드러났다.

소셜미디어에서 이씨는 아들·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수십장 올리며 부성애를 보이는 한편, 해양수산부 홍보 영상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여러건 게시하는 등 성실한 공무원의 모습도 보였다. 한편, 단군과 한민족 정신을 강조하는 사단법인 ‘국학원’ 활동에 심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24일 본지가 확인한 이씨의 페이스북에는 먼저 수십장의 아들·딸 사진이 눈에 띈다. 이씨가 2014년부터 올린 페이스북 사진 96개 중 아들·딸과 함께 찍은 사진은 23개였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딸이 노래를 부르고 애교를 부리는 사진을 올리면서 “꽁주(공주)” “딸래미 애교”라고 썼다. 2018년에는 중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전과목 A점수(90점 이상) 를 받은 성적표를 올리고는 “아들 올A 잘했어”라고 쓰기도 했다. 2016년에는 이씨가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지인이 ‘공주님 보면 피로가 확 풀리겠어요’라고 댓글로 칭찬을 건네자 이씨는 “네 과장님, 이 맛에 사네요”라고 답했다.

이씨의 페이스북에는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의 공식 게시물도 다수 올라와있다. 서해어업관리단이 폭력적인 중국 어선을 상대하는 영상, 서해어업관리단이 중국 어선을 집중 단속했다는 인터넷 기사 링크 등이다. 어업지도 공무원으로서 이씨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씨의 페이스북에는 서해어업관리단의 채용 공고, 순직한 주무관을 추모하는 게시물도 있다.

이씨의 페이스북 이력 중 특이한 것은 이씨가 단군과 한민족 정신을 강조하는 ‘국학원’ 활동에 심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국학원은 홍익인간의 이념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 정신 확립’을 강조하는 국내 단체다. 기원전 한민족이 세운 ‘환국’이라는 국가가 유라시아 전체를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책 ‘환단고기’를 진짜 역사로 믿고 있다.

지난해 2월 이씨는 국학원에서 제작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포스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 포스터에는 “100년전 그날의 함성 평화통일로 꽃피워라”고 쓰여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국학원에서 제작한 ‘제74주년 광복절’ 기념 포스터도 게시했다. 이 포스터에는 “민족정신광복으로 깨어나라! 민족의 혼이여!”라고 쓰였다.

24일 군과 해경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쪽 2km여 떨어진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 실종됐다. 국방부의 정보 판단 결과 이씨는 북한에 도착했으나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시체는 바다 위에서 불태워졌다. 군은 당시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을 탄 점으로 미루어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분석을 냈다. 그러나 이씨가 실종된 지점이 가장 가까운 북한 해역과 21km 가량 떨어진 점을 미루어, 월북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