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tu vai oltre, continua la tua strada).”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프사)를 바꾸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기 소개 문구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한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 소개 사진. 마스크를 쓴 모습의 왼쪽은 7월 15일 올린 것으로, 조 전 장관은 "이정헌 화백께서 그려주셨다"고 했다. 오른쪽은 지난 16일 오후 업데이트 한 것으로 '박건웅 화백 작품의 일부'라는 설명이 달렸다. /페이스북

◇'조국 옹호' 만화가 만평서 발췌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그동안은 코로나 국면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의 캐리커처를 사용했지만, 이목구비가 없는 만화 캐릭터로 바꾼 것이다. 이는 조국 사태 때 자신을 옹호하는 그림을 그려온 만화가 박건웅씨가 지난해 그린 ‘조국 사태 초 간단 정리’에서 나온 캐리커쳐다.

박씨는 지난해 9월 8일 ‘조국 사태 초간단 정리’라는 제목의 만평을 올렸다. 총 일곱 컷으로 구성된 이 만평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로 보이는 이들이 각각 ‘자녀특혜’와 ‘입시부정’으로 조 전 장관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언론이 등장해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하는 모습, 검찰이 불법이라며 돌을 던지다가 되레 맞는 모습 등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양복 정장 차림에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모습이다.

만평 속 조 전 장관에게 공세를 하는 이들은 계속 바뀌지만, 조 전 장관의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야권·언론의 비판과 검찰의 수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조 전 장관의 모습이 담겼다는 평가다.

/페이스북

◇'네 갈 길을 가라" 논쟁 예상될 때마다 인용

조 전 장관은 앞서 자신의 책을 소개하면서 최근 올린 자기 소개 문구를 쓴 적이 있다. 2015년 1월 법률신문 ‘내가 쓴 책’ 칼럼에 2014년 12월 발간된 ‘절제의 형법학’을 다루면서다. 조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사형과 존속살해죄의 폐지, 공적 사안과 관련된 공인 대상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모욕의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공직 선거 과정에서 일부 허위가 포함된 합리적 비판을 처벌하는 판례를 비판한다고 스스로 소개한다.

조 전 장관은 “이상과 같은 주장에 대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며 “한국의 형법 현실은 다른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모두 학술적 차원에서 논쟁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차원에서도 화염성(火焰性)이 강한 주제들”이라며 “학문적 비판 외에 반(反)지성·반학문적 공격도 예상된다. 그러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준 조언, ‘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를 되뇔 뿐이다”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그해 9월에도 페이스북에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에 대한 반론을 올리면서 이 문구를 인용했다. 그는 “정치에 개입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순환을 마치고 나면, 항상 정반대에서 두 가지 요구가 뒤따른다”라며 “하나는 ‘폴리페서질 하지 말고 학교에 처박혀 있어라’이고, 다른 하나는 ‘안락한 학교를 떠나 출마를 결단하라’(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전자의 요구는 지식인의 앙가주망(engagement·사회 참여)을 죄악시하는 것이고, 후자는 학자의 고유한 역할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두 요구 모두 따를 생각이 없다.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말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라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따박따박 소송' 조국, “할 일은 한다” 의지 해석도

조 전 장관이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 문구를 변경한 것은 여러 비판과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언론사와 기자, 유튜버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월 2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언론사·기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저와 제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썼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저와 제 가족 관련해 엄청난 양의 허위 과장 추측 보도가 있었지만, 청문회 준비, 장관 업무 수행, 수사 대응 등으로 도저히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를 적극적으로 청구하고, 기사 작성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고단한 일이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형사 제재를 하려는 대상은 허위사실(언론중재법상 ‘허위 사실적 주장 포함’) 보도·유포 및 심각한 수준의 모욕”이라며 “비판적 의견, 조롱, 야유는 거칠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아 감수할 것이다. 이는 저의 학문적 입장이기도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