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월급제 시행을 하루 앞두었던 지난 2024년 8월 19일 성북구의 한 택시 회사 차고지에 많은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다. /조인원 기자

서울에서 시범 운영돼온 ‘택시 월급제’가 오는 8월 전국 확대 시행을 앞두고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택시 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노사(勞使)와 여야 정치권이 이 제도를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손보기로 의견을 모으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반발해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당시 여당(민주당) 주도로 도입된 ‘택시 월급제’는 회사가 운송 수입을 전액 관리하고 기사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하루 수입 중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사납금)하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이런 사납금제가 과로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 월급제가 도입된 것이다. 택시가 많은 서울에서 2021년부터 시범 시행됐고, 오는 8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택시 업계와 한국노총은 시범 시행에서 확인된 부작용을 이유로 “택시 월급제는 현실과 괴리가 큰 제도”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택시 회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승객 감소와 기사 이탈이 겹쳐 월급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재정 상황이라고 한다. 차량 유지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운행 횟수가 줄어 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 택시 법인 대표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5% 정도 줄었다”며 “이런데도 임금을 고정적으로 줘야 하니 택시 회사 대부분이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게다가 택시 기사들도 “근무 시간은 비슷한데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며 월급제에 반발하고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월급제가 시행되자 사납금제 때보다 임금이 월평균 30만~40만원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택시 법인 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양대 택시 노조(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가 기사 4만여 명에게 ‘선호 임금 체계’를 조사해보니, 절반이 넘는 57.9%가 ‘사납금제’라고 답했다. ‘월급제’는 8.9%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월급제 이후 택시 기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택시 업계에 따르면 법인 택시 기사 월평균 임금은 200만원대 중반 수준. 버스 기사(초봉 5000만원대)는 물론 배달·택배 업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규 택시 기사 확보는커녕 기존 기사마저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추세다. 코로나까지 겹치며 전국 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0만2320명에서 지난해 7만3225명으로 약 30% 감소했다.

현재 양대 택시 노조 모두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법인 택시 일부에 대해 주 40시간 근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달엔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노사 합의 시 근로시간과 수익 배분 방식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제도 취지는 유지하되 현실에 맞게 일부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예외를 허용할 경우 과거 사납금제처럼 최저임금 보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국토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맹성규·복기왕·손명수 의원 지역 사무실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도 벌이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2019년 택시 월급제 도입 과정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역할을 한 만큼, 이를 수정하려는 시도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결국 부담은 택시 회사와 현장 기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