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레일 직원 1000명을 모든 선로 공사 현장에 ‘안전 책임자’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 8월 외주 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는 등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청도역 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감리(監理) 역할을 하는 안전 책임자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같은 정책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원청인 코레일이 하청 업체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더 신경을 쓰라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주 업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코레일이 책임을 지라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성이 없는 코레일 직원이 안전 책임자를 맡을 경우 안전 업무가 부실화될 수 있는 데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코레일이 외주 업체의 사용자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경부선 청도 작업자 사망 사고 안전 대책 알림 공문’을 코레일에 발송했다.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청도 사고처럼 외주 업체에서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코레일은 선로 작업의 규모나 종류에 따라 직접 감리 업무를 하기도 하고, 외부에 맡기기도 한다. 만약 정부 방침대로 안전 책임자 지정이 이뤄지면 외주 업체 사고에서도 코레일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이제껏 본인들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입장이다. 철도안전법 등에 안전 책임자(작업 책임자)를 지정하게 돼 있는데, 외주 용역을 주는 경우엔 이를 하청 업체에 떠넘겨 왔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1년에 외주 용역을 주는 건 1000~1500건 정도로, 사망 사고는 대부분 여기서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안전법 취지를 감안했을 때 선로 안전 책임은 코레일이 지는 게 맞는다”고 했다.
반면 코레일 측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안전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한다. 안전 책임자를 반드시 코레일 직원으로 지정할 이유가 없는데다, 내부 인원으로만 안전 문제를 처리하면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 노조 측은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코레일 관계자가 직을 맡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증원 없이 코레일 본사 전체 인력과 맞먹는 1000명을 확보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코레일이 외주 업체의 안전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면 노란봉투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지배·통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된다. 하청 노조가 코레일이 안전 책임을 지는 점을 들며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용자성 확대 등 문제가 있는지는 검토해 보겠다”며 “1000명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 용역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