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활동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민주노총 간부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15일 여야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충돌했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석모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확정했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김모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에게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시작 직후 이들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신청했다. 우 의원은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기업인 15명 정도가 나오는 데 반해 노동조합 측 증인·참고인은 한 명도 없다”며 “민주노총 주요 간부들이 간첩 활동하다가 (유죄) 확정 판결이 지지난주에 났는데 관련된 분들을 국감에 불러서 어떤 일이 있었고, 민주노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민노총 관계자들을) 증인대에 세워서 순수 노동 단체인지 간첩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밝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다운 순수 운동 단체로 서는 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간첩 활동에 있어서 이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조직 내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반국가적 활동을 한 단체가 어떻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가 되겠나”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증인 채택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적하신 이유는 알겠는데 만일 그 내용을 국감에서 꼭 다뤄야 한다면 정보위에서 다루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민노총이) 조직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 일어난 사건이란 증거가 없는 한 환노위가 다뤄야 할 (다른 중요한) 문제가 더 많다”고 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정부의 실정(失政)을 덜 다루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데올로기 관련 부분은 이 자리보다는 다른 상임위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노총) 지도부 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부분이 있다”는 김위상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용납할 수 없고 민주노총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여 약 20분간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김위상 의원은 재개된 국감에서 “지도부라고 한 부분에 있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도부도 그 책임에서 실제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북한에 노동조합 내부 정보를 넘기는 일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그 일에 대해선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는 민노총 관계자 증인 채택 여부를 협의해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