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초기업 단위 교섭’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집단 교섭 모델을 개발한 뒤, 단체교섭 효력을 자동으로 확장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에 나서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정부의 ‘국정과제 세부 추진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거나 공공 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교섭 모델을 먼저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업체부터 이 제도를 활용하게 하겠단 것이다.
핵심인 ‘단체 협약의 효력 확장’을 위해 정부는 노조법 등을 개정해 자동으로 같은 업종에 단체교섭 효력이 확장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같은 산업 내 ‘공동의 임금 수준’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임금 상승 폭은 줄이고 중소기업은 늘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 역시 이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원청과 중소 하청 등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경영계에선 산업 간 임금 불균형 등 임금 체계 왜곡을 우려한다. 한 재계 인사는 “힘이 센 노조를 가진 산업일수록 큰 폭의 임금 인상이 결정될 수 있다”며 “교섭안을 따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게 노동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업별로 각기 다른 사정을 어떻게 표준화할지도 의문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근로 조건이나 임금 수준의 격차가 매우 다양한데, 이를 한데 묶을 공통 협약이나 공통의 임금 인상률을 설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표 초기업 교섭은 금융노조의 산별 교섭이다. 금융노조의 경우 ‘중앙 교섭’이라 불리는 산별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을 정한 뒤, 기업별 교섭을 통해 업체 이익과 연동된 성과급 등을 정하는 구조다. 사용자 입장에선 두 번 교섭 하는 셈이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산별 교섭이 일반화된 유럽에서도 기업별 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개별 기업 교섭을 늘리는 내용의 노동 개혁안이 추진되고, 이탈리아나 스웨덴에서도 산별 교섭에선 원칙만 명시하고 기업별 교섭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기업 교섭이 기업 혁신을 막는다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는 완전히 거꾸로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