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육아 도우미) 시범 사업’에 참여 중인 민간 업체들이 ‘본사업 전환이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용으로 한창 논란이 됐던 사업인데, 잡음이 계속 불거지는 모양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운영 업체인 홈스토리생활(서비스명 ‘대리주부’)과 휴브리스(서비스명 ‘돌봄플러스’)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 조건에 따라 수수료 없이 운영하며 손실을 감수해왔는데, 정부가 본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깊은 유감이고, 본사업 전환 계획에 따라 준비를 해 온 우리에게는 큰 충격”이라고 했다.
두 업체는 “지금까지 손실을 감수하며 정부 정책을 성실히 수행해 온 스타트업 입장에서 당혹스럽다”며 “이런 전례는 향후 어떤 스타트업도 정부 주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동력을 잃게 만든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본사업 전환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시범 사업 기간) 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작년 9월 본격 시작됐다. 필리핀에서 전문 자격증을 가진 인력 100명이 입국해, 서울에서 육아 도우미로 활동했다. 두 업체는 이들 필리핀 인력을 고용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한 곳이다. 정부는 이미 입국한 100명과 별도로 외국인 근로자 1200명을 추가로 입국시켜 올해 상반기 전국 규모의 본사업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비용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당초 ‘싼 가격에 외국인 육아도우미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올해 기준 시간당 비용이 1만68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도우미에게 줘야하는 최저임금(올해 기준 시간당 1만30원)과 4대 보험, 서비스 운용 비용 등을 더한 것이다. 하루 8시간 이용 기준 월 292만3200원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실제 이용 가구의 41%가 강남 3구에 몰려있었고, 설문에 응한 이용가구의 73%가 부부합산 소득이 900만원 이상이었다. 김 차관이 “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고비용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두 업체는 “고용부, 서울시 등과 협업하며 작년 8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이후 고객과 근로자 모두 약 90%에 달하는 만족도를 기록했다”며 “서울 지역 대기만 1000세대를 넘어서는 등 높은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고비용 논란이 있지만, 만족도가 높고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두 업체는 “현재 국내에서는 시간당 2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사·돌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을 이유로 현재의 돌봄공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일관된 정책과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보여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