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1호’ 성과로 꼽히는 ‘회계 공시’를 거부하려다 내부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 상대로 자존심을 지키자’는 주장보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피해만 커진다’는 의견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노총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정부의 회계 공시를 거부하고, 관련 시행령 폐기를 요구한다’는 안건을 투표에 부쳤다. 하지만 재적 대의원 935명 중 찬성 394명으로, 통과를 위한 과반(468명)에 74명 모자라 부결됐다.
‘노조 회계 공시’는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23년 10월 도입했다. 정부 인터넷 사이트에 노조 회계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되, 공시하지 않은 노조는 세금 혜택(세액공제 15%)을 받을 수 없다. 예컨대, 회계를 공시한 노조의 조합원이 조합비를 월 5만원씩 1년간 60만원 납부했다면 연말 정산을 통해 9만원을 돌려받는다. 도입 당시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했지만, 결국 공시에 참여했다.
그러나 민노총 금속노조, 전국민주일반노조 등 일부는 끝까지 공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민노총은 작년 대의원 대회 때도 회계 공시 거부에 대해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바 있다. 애초 올해 대의원 대회 안건에는 공시 거부가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추가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생겼고, 차기 정부에 정책 폐기를 요구하려면 자체적으로 먼저 공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명분을 댔다.
이날 대의원 대회에서는 찬반 격론이 오갔다. 한 대의원은 “윤 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거부 못 해 부끄럽다”며 공시 거부를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혼란만 가중시킨다” “(회계 공시가) 노조 자주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피해만 돌아간다”는 반대 의견도 여럿 나왔다.
결국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민노총 본부와 민노총 산하 노조 대다수는 앞으로도 회계 자료를 공개할 전망이다.
민노총은 이날 ‘7월 총파업’도 결의했다. 새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