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남 광양항 터미널 출입구에는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지어 드나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광양항 터미널 출입구 앞을 가로막았던 화물차량을 빼내 농성장을 이탈했다. 지난달 24일부터 13일째 터미널 주변과 9㎞ 길이의 항만 도로 등에 불법 주차했던 화물차량 800여 대도 사라졌다. 농성용 천막 50여 개도 대부분 철거됐다.
화물연대 전남본부는 파업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찰은 “조합원들이 속속 운송에 복귀해 광양항이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항, 인천항에 이은 국내 세 번째 규모인 광양항은 화물연대 장악력이 가장 강한 곳이다. 컨테이너 기사 약 95%가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성지’로 불리는 광양항에서 대거 이탈자가 나오는 건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파업)가 물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출정식 당시 9400명이었던 파업 참가 화물연대 참가 조합원도 이날 5300명까지 줄었다.
민노총의 이날 총파업도 지지부진했다. 대부분 노조가 임·단협을 끝내 파업할 명분이 약했고, 그나마 민노총이 끌어들이려 애를 썼던 대형 노조들도 대거 대열을 이탈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새벽 사측과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3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에 잠정 합의한 후, 파업을 유보했다.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도 파업을 유보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이날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에 잠정 합의하면서 파업에 나서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임단협이 끝나지 않았지만 파업을 유보했다.
민노총은 전국 15개 거점에서 ‘총력 투쟁 대회’를 열고, “2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파업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노조 간부들을 끌어모으는 방법으로 세를 과시하려 안간힘을 썼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와 경찰은 민노총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5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노총 전체 조합원(110만명)의 0.45%에 불과하다.
핵심 집회는 경기도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 앞에서 열렸다. 약 4000명이 “화물 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분쇄” 등의 푯말을 들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의 파업 투쟁이 노동자들의 생존과 권리를 지키는 최전선”이라며 “노동조합을 말살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자”고 했다. 화물연대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모든 방법을 다해 화물연대본부를 엄호하고 안전운임제를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왕ICD의 컨테이너 반·출입이 중단됐다. 의왕ICD 관계자는 “많은 인원이 모여 집회를 여는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이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한시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와 인천에선 민노총 집회로 도로교통 일부가 통제돼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