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본격적인 친북 정치투쟁에 나섰다. 민노총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다 이달 말 5년 만에 재개될 예정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1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고, 주한 미군 철수도 요구했다. 북한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맹)이 보내온 연대사도 낭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와 ‘광복 77주년 8·15 자주평화통일대회’를 잇달아 열었다. 지난달 초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후, 한 달여 만에 서울 도심에서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벌인 것이다. 민노총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 용산 미군 기지 앞에서 북한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맹, 한국노총과 공동으로 ‘남북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조선직맹은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민노총에 연대사를 보내 “미국과 남조선의 보수 집권 세력이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여놓고 있다”며 “반통일 세력의 대결망동을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갈수록 짙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겨레의 머리우(위)에 핵참화를 들씌우려 한다”고 했다. 정작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북한인데,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고 핵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북한 측 주장을 민노총이 서울 한복판 집회에서 그대로 낭독한 것이다.

민노총 집회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친북 성향을 또다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2022년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민노총이 80년대 운동권처럼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노총의 친북 성향은 그동안 노동계와 진보 진영 내에서도 꾸준히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민노총 탄생 과정에서 NL(민족해방) 계열 운동권이 큰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민노총 내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노총의 친북 정치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역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속해 있던 NL 계열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민노총은 2018년 남북 정상이 공동 발표한 ‘평양공동선언’ 4주년인 오는 9월 19일까지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10월에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이 총파업을 하고, 11월에는 서울에서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