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8일 공개한 ‘재정 지원 일자리 평가 및 개선 방안’ 핵심은 “일자리 사업을 계속하긴 하지만, 성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세금이나 기금 같은 정부 예산을 동원해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을 늘려왔다.
우선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소등 업무를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산림 휴양 정보를 제공하는 ‘산림 서비스 매니저’, 불법 어로 등을 감시하는 ‘5대강 지킴이’ 등이 만들어졌고, 교통안전 시설물 조사원, 전통시장 환경미화원, 농촌 환경 정비원 등도 있었다. 각 사업당 매년 100억원 안팎 예산이 들어갔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에서 “하는 일은 적은데 사람은 너무 많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눈먼 돈(세금)’을 빼먹는다는 뜻에서 ‘줍줍(줍고 또 줍는) 일자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기존 일자리를 줄이지 말라는 차원에서 중소기업들에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을 비롯, 각종 지원금도 쏟아부었다. 문재인 정부 초반 최저임금 급등으로 애를 먹는 중소기업들을 달래자는 의도도 들어 있었다.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규모는 2017년 16조79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6000억원까지 불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22조원 예산이 투입됐다. ‘세금 알바(아르바이트)’로 통하는 직접 일자리는 지난해 참여자만 100만명이 넘는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직접 일자리는 포함되지 않은 규모다.
이처럼 막대한 세금을 퍼부었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게 이번 고용부 평가다. 결국 직접 일자리 사업 7개와 고용 장려금 4개 사업을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1100억원 규모다.
문 정부는 원래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취업 취약 계층이 이를 징검다리 삼아 민간 기업에 정식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다수 참가자가 ‘세금 알바’만 전전할 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일자리 사업 내용이 취업 경력으로 활용하기엔 너무 빈약했기 때문이다.
더 큰 논란은 이른바 ‘통계 분식(粉飾)’이다. 정부가 고용 불황을 축소하기 위해 이 같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을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직업 일자리 사업은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지만 정부 통계에선 정식 취업자로 잡힌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8월 “고용 통계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반영하는 건 실제 고용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정부는 2020년 고용률을 60.1%로 발표했지만, 직접 일자리 취업자(94만5500명)를 제외하면 58%에 그친다.
그럼에도 직접 일자리 사업의 80%를 차지하는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노인 일자리가 실제론 고용이 아닌 복지 사업에 가깝다는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노인빈곤율이 40%에 달해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가 직접 노인들을 고용하기보다는 노인을 고용한 민간 사업체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장형’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앞으론 정부보다 민간에 방점이 찍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방향을 내비쳤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직접 일자리 규모는 줄여가고 대신 직업 훈련과 구인·구직 서비스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실제 직접 일자리 사업 등을 축소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용부가 내린 평가 결과를 예산 심의 등에 활용한다고 설명하지만, 사업 주관 부처에서 이의를 제기한 뒤 개선이나 감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시 ‘예산 감액’ 평가를 받은 사업 14개 중 4개는 나중에 슬쩍 예산을 되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