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4월 비준 절차를 완료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29호(강제 노동 금지), 87호(결사의 자유),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장려)가 20일 정식 발효됐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는 뜻으로, 정부가 협약을 위반하면 노동자 단체나 사용자 단체가 ILO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
ILO 협약은 총 190개로 이 중 8개가 핵심 협약이다. 1991년 IL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야 핵심 협약 중 4개를 비준했고, 현 정부 들어 3개를 추가 비준했다. ‘노동 존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ILO 협약을 추가 비준하라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핵심 협약은 105호(정치적 견해 표명에 따른 강제 노동 금지)로, 국가보안법·형법 등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 비준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새로 비준하는 협약과 국내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2020년 12월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에는 해고자 등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법들은 이미 작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개정된 법이 아직 협약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법정책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내고 “개정법이 국제노동기준과의 격차 측면에서 이전보다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협약 비준으로 새롭게 생겨날 법적 쟁점을 모두 아우르지 못했고, ILO 이행감독기구들의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누가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ILO는 ‘노조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가입돼 있는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협약 발효에 맞춰 추가 법 개정을 요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노동3권 사각지대에 방치돼있고,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히 횡행하며 합법파업은 요건이 까다로워 인정받기 거의 불가능하다”며 “협약과 헌법상 노동3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관행을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오히려 협약 발효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내고 “법 개정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노조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핵심 협약을 이유로 노조법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거나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