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상한가를 누렸던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전문직 시험으로 수험생들이 몰리고 있다. 밀레니얼(MZ) 세대들 희망 직군이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전문직 시험 중 감정평가사·노무사·세무사 1차 시험은 역대 최다 지원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사 시험 지원자는 4509명으로 2018년(1711명)에 비해 2.6배로 증가했고, 노무사(8261명)와 세무사(1만4728명) 시험 역시 2018년에 비해 지원자가 각각 74%·41%씩 증가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올해 1만462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회계사(1만5413명), 법무사(5647명), 변리사(3713명) 시험의 경우 역대 최다를 기록하진 않았으나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사람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오랜 기간 ‘최고의 직업’으로 꼽혔던 공무원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경쟁률은 42.7대1로 197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 93대1이었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29.2대1까지 떨어졌다.

20~30대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들 사이에서 공무원 대신 전문직 시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로는 ‘높은 임금’과 ‘타 직종 대비 많은 기회’ ‘조직 문화에 대한 반감’ 등이 꼽힌다. 공무원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퇴직 후 연금을 받으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금이 일반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상명하복’ 같은 경직된 직장 문화가 강하다는 인식도 짙게 깔려있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하급 공무원의 낮은 임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르면 올해 9급 초임 공무원 월 기본급은 168만6500원 수준으로, 각종 수당들을 더한 연봉은 2600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1만1555원)으로 환산한 연봉은 2412만6960원이다. 9급 공무원 연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에 따르면 감정평가사·노무사·변호사·세무사 하위 25% 연봉은 각각 6000만원, 4144만원, 6767만원, 5395만원 수준으로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최근 정부가 5년간 공무원 정원을 1%씩 감축하고, 공무원 임금을 최대한 동결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도 공무원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신윤서(21)씨는 “전문직은 타 직종에 비해 이직이나 성공 기회가 훨씬 더 많다”며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 다니는 것에 큰 장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김유진(22)씨는 “꽉 막힌 관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전문직도 미래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되는데 굳이 처우가 안 좋은 공무원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일찌감치 관직을 박차고 나오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재직 기간 5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1만693명으로 2017년(5181명)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 중 81%가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