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의 항공서비스학과를 졸업하고 한 국적항공사 자회사에서 일하던 박모(29·경기 시흥시)씨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휴직에 들어갔다. 처음 3개월간은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그 이후 지원금이 끊기자 카페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며 버텼다. 하지만 계속된 경기 침체로 알바 자리가 9월 말 끊긴 데 이어, 10월에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박씨는 요즘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그는 “코로나 확산으로 정규직은 물론, 알바 자리까지 끊기면서 지금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그냥 쉬고 있다”고 했다.

청년'쉬었음'인구추이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며 그냥 쉰 20·30대 청년이 지난달 19만 명을 넘었다. 1년 전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로 기업 채용 자체가 줄어든 데다 청년들을 많이 채용했던 주요 대면 업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찾는 것조차 포기한 ‘백수’ 고학력자가 증가한 것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235만 명 중 48만6000명이 대졸자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만 15세가 넘은 사람들 중 취업 준비나 가사·육아 등을 하지 않고 심신장애와 같은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쉰 사람을 ‘쉬었음’ 인구로 분류한다. 이 대졸 백수들을 연령대로 나눠 보면 20대가 10만6000명, 30대가 8만7000명이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30대의 대졸자 중 19만3000명가량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셈이다.

증가 폭도 컸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대졸 청년 백수는 13만7000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40.4% 늘었다. 1년전 7만 명이었던 20대 대졸 쉬었음 인구는 10만6000명으로 50% 이상 급증했고, 6만 명대였던 30대 대졸 쉬었음 인구는 8만 명대로 뛰었다. 이와 별도로 전문대를 졸업한 뒤 지난달 쉰 20·30대도 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탓이 적지 않다.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교육서비스업 등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업종들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을 찾을 수 없는 청년들이 늘었다.

지난해 지방대를 졸업하고 구직 활동을 하다 레스토랑 서빙 아르바이트로 취업 학원비를 보태던 윤모(28)씨는 요즘 주말 일거리가 끊겼다. 손님이 끊기자 평소 형처럼 친하게 지내던 레스토랑 사장도 평일 점심때만 나와 달라고 한다. 그는 “더 일하고 싶은데, 취업 공고가 배달 일밖에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청년실업자에 윤씨처럼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어하는 추가취업가능자 등을 합해 집계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24.4%를 기록했다. 청년(15~29세)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1년 전보다 4%포인트 뛴 것으로 11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청년들의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단기적인 임금 손실 외에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년층의 첫 일자리 잡기가 1년 늦어질 경우 취업에 성공한 같은 연령의 근로자보다 10년 동안 연봉이 최대 8%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제때 진입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인적자원의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단기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코로나 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인턴십,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공기관 체험형 일자리 규모를 올해(1만4000명)보다 8000명 더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