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출동 삽화./뉴시스

대구에 여행을 온 임신부가 조산 증세가 있었지만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출산 예정인 쌍둥이 중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뇌 손상을 입었다.

7일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 차 미국 국적 여성 A(26)씨가 복통을 느끼며 조산 증세를 보였다. 남편 B씨가 이날 오후 10시 16분쯤 대구의 한 산부인과에 진료 문의를 했지만 “진료 이력이 없으니 대학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이튿날 새벽 1시 39분쯤 A씨의 통증이 심해지자 B씨가 지인을 통해 119에 신고해 10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호텔 앞에서 구급대원들이 대구의 병원 7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병원 측이 “산부인과 전문의가 지금 부재 중이다” “신생아 수용 병실이 부족하다”며 수용을 어려워하면서 A씨 부부는 1시간가량 움직이지 못하고 대기했다.

결국 남편 B씨가 차를 직접 운전해 아내를 태우고 평소 진료를 받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B씨가 이동하는 중에 B씨의 모친(A씨 시어머니)도 경북·충북 지역의 119와 통화하며 진료 가능한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오전 3시 20분쯤 경북 구미 선산 IC에서 119 구급대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급대 측이 병원 3곳에 환자 수용을 문의했지만 역시 의료진 부족 등 이유로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B씨는 시간이 지체되자 구급대와 헤어진 뒤, 아내와 함께 오전 4시 42분쯤 충북 음성 감곡 IC에서 다시 해당 지역 119와 접촉해 겨우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병원 도착 시간은 대구에서 119에 신고한 지 4시간가량 지난 오전 5시 35분이었다. 당시 A씨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가 나타난 상태로 기록됐다.

A씨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생명을 건졌지만, 임신 중이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는 중이다.

앞서 대구에선 지난 2023년에도 10대 응급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이송 지연과 수용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에 책임형 응급 의료 체계가 도입했다. 119 구급대가 각 의료기관에 환자 수용을 문의하는 대신,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송 혼선이 반복되면서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책임형 응급 의료 체계가 가동되기 어렵다는게 대구시 측 입장이다. 병명(진단명)이 확인된 환자 중 담당의 부재나 병상 부족 등으로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엔 단순히 응급실로 이송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구시 관계자는 “A씨 처럼 조기 출산 우려가 있거나 고위험 산모의 경우, 산부인과나 소아과, 소아중환자실 등에서 진료가 불가하면 응급실에서도 받을 수 있는 진료가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상황을 공유하고,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장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현행 응급 의료 시스템에서 재발 방지 대책과 보완점을 찾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