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행 가방 시신’ 사건 피해자가 사위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딸을 지키려고 함께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대구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사위의 장시간 폭력에 숨진 장모 A(55)씨는 지난해 9월 딸 최모(26)씨가 사위 조모(27)씨와 혼인한 직후부터 경북 경산의 주거지에서 함께 산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가 혼인 직후부터 최씨를 폭행하자, 딸을 보호하려고 A씨가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장모인 A씨가 이사한 이후로도 최씨에 대한 조씨의 폭행은 지속됐고, 최씨가 “이런 모습 보이기 싫으니 엄마는 떠나라”고 했음에도 A씨는 “내가 떠나면 더 심할 것 아니냐”며 딸 곁에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올해 2월 A씨와 딸 최씨 부부는 대구 중구의 원룸으로 이사했고, 이때부터 사위 조씨가 A씨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는 “(장모가) 이삿짐 정리를 빨리 안 한다”며 A씨를 폭행한 이후 집에서 소음을 낸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달 18일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기간 A씨나 최씨가 경찰에 가정 폭력 신고를 한 적은 없었다. 경찰은 조씨가 장모와 아내의 휴대폰을 빼앗아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 폭력 피해가 있었어도 A씨와 최씨가 신고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씨는 A씨가 숨지자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아내 최씨와 함께 신천변으로 이동해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아내 최씨에게 “범행을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연락이 와도 받지 말라”고 하는 등 협박하고, 최씨가 집에 있을 때나 외출할 때 항상 같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남편이 폭행할까 두려워 범행을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조씨를 존속살해·시체유기 혐의로, 최씨를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아내에게 저지른 가정폭력 등 여죄를 수사한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31일 신천에서 돌에 걸린 여행용 가방을 행인이 발견하면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