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뒤 탈옥해 동남아 마약 공급망을 장악했던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47)이 국내 송환 9일 만에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박왕열이 조직적으로 마약을 밀반입·판매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및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박왕열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2019년 10월 탈옥한 뒤 도피 생활을 이어가며 마약 유통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텔레그램에 ‘전세계’ 채널을 개설하고 ‘그레이엔젤’ ‘하와이’ ‘바티칸 킹덤’ 등 하위 채널을 통해 국내 판매망을 구축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왕열은 2019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필로폰 12.7kg을 포함해 총 17.7kg의 마약류를 해외에서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했다. 시가 63억원 규모다. 마약은 국제화물특송이나 인편을 통해 들여온 뒤 국내 총책과 중간 판매책을 통해 소량으로 나눠 숨기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판매됐다.
경찰은 박왕열이 총 15명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며 총책, 국내 판매총책, 중간 판매책, 계좌 관리책 등 역할을 나눠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 탈옥 이후 해외와 국내 마약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감 중 알게 된 인물을 통해 마약 유통 방식과 공급망을 확보한 뒤 조직을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 간 접촉을 금지하고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지시를 전달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범죄 수익은 계좌 이체와 가상자산을 통해 관리됐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범죄 수익은 계좌 거래 약 9억4000만원과 비트코인 57.4개(58억5000만원 상당) 등 총 68억원 규모다. 박왕열은 텔레그램 채널 ‘전세계’를 통해 구매자와 1대1로 거래를 진행하고, 하위 판매책과 자금 관리책을 두는 방식으로 유통과 자금 흐름을 관리했다. 마약 유통 규모까지 합산하면 전체 범죄 규모는 약 131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연예계·정치권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해서 확인된 구매자 중 특이점 있는 인물은 없었다”고 했다. 또 황하나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박왕열의 하위 판매 채널이거나 직접 거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박왕열 하위 조직선상 판매책 중 1명이 황하나의 지인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가상자산 지갑 47개에서 입출금된 비트코인 94.6개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초국가 범죄 TF와 함께 마약범죄에 대해 국경을 초월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