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원과 금융감독원, 검찰 등으로 위장한 뒤 보이스 피싱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가로챈 범죄 조직원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범죄 조직원 20명을 입건하고 이 중 30대 남성 A씨를 포함해 10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간 중국 칭다오와 옌타이 지역에 콜센터를 둔 뒤, 피해자 81명을 상대로 13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몸담은 조직은 카드 배송원·카드사 사고 예방팀·금융감독원·검찰 등 4개 분야로 상담원 역할을 나눈 뒤, 전략적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령 조직에서 목표로 찍은 피해자에게 ‘카드가 배송됐다’는 문자를 먼저 보낸 뒤, 카드 배송원을 사칭한 상담원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면 명의가 도용된 것 같은데, 카드사로 즉시 연락을 해보길 바란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고 한다.
피해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카드사 사고 예방 팀인 척 2차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 이 상담원은 “원격 제어로 명의가 도용됐는지 확인할 테니, 앱을 설치한 뒤 금융감독원에도 전화하라”는 식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이때 피해자가 악성 앱을 설치하면 설령 금융감독원 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범죄 조직 쪽으로 연결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 앱을 깔면 모든 통화를 범죄 조직이 낚아챌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3차 상담원은 “명의가 도용됐다”며 수사 중인 검사를 소개하고, 검사를 사칭하는 4차 상담원은 “당신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하라”고 피해자를 압박한다. 피해자의 계좌에 잔액이 있으면 “이 돈이 범죄 수익금인지 정상적인 돈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출금을 요구하고, 잔액이 없으면 대출을 받게 한 뒤 계좌 이체를 요구한다.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식이다.
A씨가 속한 조직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조직원 간 규율도 정했다. 개인 휴대전화는 출근할 때 숙소에 두고 오거나, 사무실 출근 후 별도 외출 금지, 상담원 간 개인적인 대화나 본명 사용을 금지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조선족 총책 등 3명을 인터폴 적색 수배했고, 도주 중인 조직원도 수배 중”이라며 “경찰과 검찰, 금융감독원 등 국가 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자금 이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지 않으니, 출처 불명의 인터넷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