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은 장경태(43·서울 동대문을) 의원을 준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장 의원은 야당 의원실 여성 보좌진을 술자리에서 성추행하고, 이후 이 일로 피소되자 피해자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유출해 2차 가해를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과 고소인 등에 따르면 장 의원은 2024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야당 의원 보좌진들끼리 술자리를 하던 피해자 A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장 의원은 다른 곳에 있다가 이 술자리에 뒤늦게 참석했다. 이후 A씨는 장 의원을 준강제추행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장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국회 여성 비서관”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A씨는 장 의원이 자기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유출해 성폭력처벌법 신원 누설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추가로 고소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은 이날 장 의원의 두 가지 혐의 모두 기소해야 한다며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로 장 의원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직후 “허위 무고와 관련 음해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며 “당시 보좌진들의 회식 자리에 잠시 참석했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의 남자 친구가 와서 행패를 부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이 성추행을 한 것으로 지목된 현장에는 A씨의 남자 친구 B씨도 있었는데, B씨가 현장에서 폭언과 행패를 부렸다는 주장이었다. B씨는 이에 장 의원을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도 “고소인과 당시 동석자들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달 들어서는 경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많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피해자·피의자 등이 수사 결과에 불복할 때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기구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수사심의위에 출석하며 “(무고함을 입증할)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 위원들이 참여한 수사심의위에서도 “장 의원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장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장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서 처음 당선됐고 2024년 22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 당선될 때 37세로 민주당의 최연소 지역구 의원이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2006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한국여성유권자 청년연맹 회장,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등을 지낸 장 의원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청년과 여성 인권을 강조해 왔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선 “누나가 셋이라 여성 정책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초선 때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동의 없이 방송 등에서 공개할 경우의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통과시켰다. 장 의원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가 바로 이 조항을 위반한 혐의다.
경찰은 이날 장 의원과 함께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김모 전 국회 선임비서관도 준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A씨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장 의원의 성추행 혐의와는 별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