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뉴스1

대학교 후배를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낸 뒤, 후배가 제공한 대포 통장에서 범죄 수익금을 빼낸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포 통장을 빌려준 후배는 고문 끝에 숨졌다.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영철)는 25일 전기통신 금융 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대포 통장을 만든 대학교 후배인 20대 남성 B씨를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과 접촉하도록 도운 뒤, 해당 통장에 보이스피싱 등으로 인한 범죄 수익금이 입금되자 즉시 출금해 빼돌리는 일명 ‘장 누르기’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캄보디아 내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 수익금을 얻지 못하자 통장을 개설한 B씨를 고문했고, 결국 B씨는 지난해 8월 8일 캄보디아 보코산 인근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죄 조직의 협박을 받아 지시에 따랐을 뿐, 범죄 수익금도 다른 사람에게 줬지, 내가 가져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대구와 포항 등을 오가며 범죄 수익금을 출금한 점, 수일 간 PC방에서 출금 기회를 노렸던 점을 감안하면 사전에 장 누르기 범행을 계획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후배 B씨가 고문으로 사망할 것까지는 A씨가 예상 못 했겠지만, 범죄 수익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면 통장 주인인 B씨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후배를 캄보디아에 보낸 만큼, B씨의 사망이 전적으로 A씨의 책임은 아니나,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