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있는 영덕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나 발전기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용역업체 직원 3명이 숨졌다. 이 풍력단지에서는 지난달 2일에도 80m 높이의 풍력발전기 기둥이 부러지면서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경북소방본부와 영덕군 등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후 1시 11분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9호기에서 발생했다. 화재 당시 정비 용역업체 직원 김모(42)·문모(58)·전모(45)씨 등 3명이 풍력발전기 내부에 들어가 점검 및 수리를 하고 있었는데, 불이 난 뒤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또 풍력발전기 날개 3개 중 2개가 불에 타 추락했다. 인근 주민 김모(76)씨는 “발전기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불꽃이 주변으로 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며 “한참 뒤엔 날개가 불에 타서 떨어졌다”고 했다.
소방과 경찰, 산림 당국 등은 날개 잔해 낙하로 인한 2차 피해와 불길이 인근 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헬기 11대와 장비 50대, 인력 148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후 6시 16분쯤 인근으로 번진 산불은 진화됐고, 풍력발전기 내부에선 여전히 검은 연기가 올라와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이어 갔다.
불이 난 풍력발전기는 덴마크 베스타스사(社)에서 만든 제품으로, 높이 78m의 기둥(타워)에 40m짜리 날개(블레이드) 3개가 달려 있었다. 기둥 내부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을 통해 오르는 구조라고 한다. 이날 오전 9시쯤 작업에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들은 타워 맨 꼭대기에 올라가 날개 부분의 균열 등을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작업자 1명은 맨 아래 바닥에서, 2명은 추락한 날개 속에서 발견됐다”며 “불이 나고 연기가 차면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영덕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의 민간이 주도해 만든 상업용 풍력 발전 단지다. 2005년 3월부터 가동됐다. 면적 약 5만평(16만6117㎡) 규모로, 풍력발전기 24기가 연간 9만6680MWh의 전기를 생산해 왔다. 영덕군민 전체(3만2500여 명)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운영은 주식회사 영덕풍력이 하고 있다.
지난달 2일 풍력발전기 21호기 기둥이 부러지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 단지의 풍력발전기는 모두 작동이 멈춘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시설이 노후돼 발전 설비 용량을 늘리는 ‘리파워링’을 위한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이날 불이 난 19호기 역시 날개 부분에 균열이 있어 점검 및 수리에 들어간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조명 장치 설치 과정에서 누전이 발생한 것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단지 내 다른 풍력발전기 수리를 맡은 한 직원은 “날개 내부에는 별도의 조명 장치가 없어 외부에서 전선을 끌어와 조명 장치를 설치해야 점검과 수리를 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전기 합선이나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운영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및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