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청년과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마련한 정부의 전세 대출 지원 제도를 악용해 85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비대면 대출 심사의 허술함을 노리고 사회 초년생들을 가짜 세입자로 내세워 국민 혈세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전세 사기 총책과 모집책 등 5명을 구속 송치하고,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 8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북 지역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총 69건의 허위 전세 계약을 맺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 주택 지원 사업과 금융기관의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제도를 통해 8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주도한 이들은 아파트 시행사 대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부동산 생태계를 잘 아는 이른바 ‘꾼’들이었다. 이들은 전세금 대출 지원 제도의 취약점을 노리고 사전 모의를 거친 뒤, 급전이 필요한 20대 사회초년생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허위 임차인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 은행 등의 비대면 대출 심사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전세계약서와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간편하게 대출이 실행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의 범행은 단순한 정부 기금 편취에 그치지 않았다. 일당은 허위 입주 상태에서 임대료와 이자만 납부하며 계약을 유지하는 한편, 비어있는 방에 제3자와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어 채무가 과다한 이른바 ‘깡통전세’ 건물을 양산했다.
이로 인해 해당 건물에 실제 거주하는 선량한 임차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 국가 정책 자금이 정작 필요한 서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사기꾼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인 셈이다.
경찰은 지난해 4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휴대전화와 금융 계좌 거래 내역 등을 압수·분석해 다가구 주택 56세대, 69건의 허위 계약 증거를 확보했다. 현재 수사팀은 역할별 범죄 수익금 배분 구조를 파악하고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혈세로 마련된 정부 보증 전세대출 자금 제도를 악용한 사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여 앞으로도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