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권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현역 의원과 현 정부 장관을 지낸 여당 의원을 수개월째 수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청 폐지 방침에 따라 정치인 관련 수사를 도맡고 있는 경찰이 권력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병기(무소속·서울 동작갑) 의원을 오는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김 의원 소환은 경찰이 작년 말 김 의원 관련 의혹을 한 데 모아 수사에 착수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현 정권 출범 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불법 선거 자금 수수와 아내 이모씨의 동작구의회 법인 카드 사적 유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한 차례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 의원에 대해 제명을 결정한 뒤인 지난달 14일이 돼서야 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김 의원 측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동작구 구의원들에게 불법 선거 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년 11월 확보하고도 두 달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구갑) 의원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작년 8월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통일교 측이 전 의원 등에게 2018~2020년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수사를 하지 않았고, 4개월 만인 작년 12월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런데 경찰은 지금까지 전 의원을 한 차례 불러 조사했을 뿐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난 전 의원은 최근 들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에게 시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한 추가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씨가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2026년 영등포구청장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 여러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