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시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현역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경(61) 전 서울시의원이 경찰 조사에서 “나는 학교에만 오래 있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씨는 2018년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서울의 한 전문대 교수를 지냈다. 김씨가 범행의 계획성이나 고의성을 희석해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는 최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조사에서 “나는 혼자서는 계좌 이체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강서구 제1선거구의 민주당 시의원 후보로 공천받기 위해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에게 1억원을 준 혐의로 한 달간 수사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 실세 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 “순진하게 정치 브로커에게 당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 진술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강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가 반환받은 뒤로도, 차명 후원금 형태로 추가 금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가족 회사 비위 의혹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불거졌다. 김씨 가족 회사 회계·세무를 맡았던 인사는 최근 본지에 “김경씨가 직접 남동생 둘을 데리고 찾아와 함께 가족 사업을 한다고 소개했고, 세금 같은 비용 처리 문제도 직접 전화해 물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김현 재무이사’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1일 경찰에 제출한 시의회 PC에선 김씨 가족 회사 5곳의 세금 계산서도 발견됐다. 김씨를 보좌하던 정책지원관이 쓰던 이 PC에선 김씨가 민주당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현역 의원들에게 공천 뇌물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녹음 파일도 발견됐다.

김씨는 강 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돌려받은 뒤인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10여 명의 고액 후원금 형태로 1억3000만원을 ‘쪼개기 후원’ 형태로 다시 강 의원실 계좌로 입금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이 먼저 (쪼개기) 후원금 형태로 돈을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씨에게) 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