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때문에 구청 감사가 갑자기 잡혀서 가스 감지기 대신 구매해 주실 수 있나요?”
캄보디아 현지에 있는 중국 범죄 조직에 가입해 이 같은 수법으로 ‘노쇼 사기’를 벌인 한국인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3일 단체 송환된 보이스피싱 조직 중 하나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52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 8~12월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물품 대리구매 등을 요구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로 피해자 210명으로부터 71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 범죄 단지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관공서와 공공기관, 군부대, 병원, 사기업 등 144개에 이르는 각종 기관을 사칭해 특정 거래처에서 물품을 대리 구매해 달라고 속여 대금을 가로챘다.
우선 관공서 등과 수의계약을 찾은 업체들을 물색했다. 이후 과거에 맺었던 수의계약과 비슷한 내용으로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이어 가스 감지기나 소화포 등 물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특정 업체에서 대리 구매를 해주면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속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피해 업체들이 관공서와 원활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를 악용했다”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 사기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특히 이들이 속한 조직은 ‘홍후이 그룹’이라는 중국 노쇼 사기 범죄 조직으로, 중국인 총책과 관리책, 한국인 팀장과 팀원 등 직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20~30대 남성이며, 53명 중 23명은 다른 범죄로 지명 수배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사기 조직에 가담했고, 성과급(범죄 수익금 5~13%)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했다. 부산경찰청은 192명 규모의 ‘캄보디아 범죄단체 전담 TF’를 꾸리고, 같은 달 21일 캄보디아 현지에 수사관 10명을 파견해 검거자 조사와 증거물 확보했다. 그 결과 154명의 피해자를 추가로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등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 및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범죄수익의 추적·환수도 철저히 하겠다”면서 “누구든지 대리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인 형태이니 구매 대리 요청에 절대 응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