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1억 공천 뇌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경(61) 서울시의원이 26일 시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하루 앞두고 먼저 사퇴한 것이다.

김 시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26일) 시의회 의장에게 시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MBC가 김 시의원의 공천 뇌물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지 28일 만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윤리위원장과 원내대표 등이 상의해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서 사유에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시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이던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뇌물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또 다른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려 시도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 자료가 추가로 발견되며 두 번째 압수 수색을 받기도 했다. 김 시의원은 7개 이상 가족 관계 기업을 동원해 각종 서울시 사업을 수주한 정황도 포착돼 서울시가 감사에 나섰다.

김 시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금전 문제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저는 시민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원직 사퇴로 그 책임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이어질 모든 수사와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어떠한 숨김도 없이 진실을 밝혀 저의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의원은 “잘못된 판단으로 지역 사회와 의회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평생 자숙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도 했다.

김 시의원의 사퇴를 두고 구속 수사를 피하려는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시의원이 1억 공천 뇌물 의혹 외에도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이며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뒤늦게 사퇴하며 몸을 낮췄다는 것이다. 김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공천 뇌물 의혹이 불거진 직후만 해도 “공천을 대가로 그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었다.

김 시의원은 그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경찰에 협조 의사를 보여왔다. 경찰이 1억 공천 뇌물 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도피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김 시의원은 먼저 경찰에 연락해 1억 공천 뇌물 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서면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후 귀국 일정을 앞당겨 돌아온 뒤에는 세 차례 출석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미 녹음 파일이 공개되며 혐의를 피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선 수사에 적극 협조해 형을 줄이려는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시의원 관련 수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1일 김 시의원을 지원하던 시의회 정책지원관이 쓰던 PC를 서울시의회에서 임의 제출받았다. 이 PC엔 김 시의원이 민주당 인사와 나눈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 120여 개 저장돼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김경 황금 PC’란 말이 나온다. 김씨가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의 실세 정치인들에게 공천 헌금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담겼기 때문이다. 한 녹음 파일엔 김씨가 현역 민주당 의원 보좌관과 금품 전달을 논의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때 시의원 공천을 받으려고 당시 민주당의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준 것과는 별개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김씨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민주당 소속 양모 전 서울시의회 의장의 자택과 김 시의원 모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김 시의원 수사 불똥이 다른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에게 옮겨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시의원은 이 밖에 가족 기업 관련 비위로도 서울시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김 시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 소관 사업을 가족 기업에 몰아줘 수백억 원의 매출을 냈다는 의혹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감사와 동시에 사법 기관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