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1억 공천 뇌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경 서울시의원의 가족 회사가 김 시의원이 시의회 상임위원회를 옮겨갈 때마다 해당 상임위 관련 서울시 사업을 수의 계약 등을 통해 잇따라 수주한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관련 사업을 수주한 김 시의원 가족 회사는 부동산 시행사와 시공사, 교육 컨설팅 법인 등 7곳으로 수주 금액은 수백억원대다. 김 시의원 가족 회사가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김 시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닌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金 가족 회사, SH에 282억 오피스텔 매각
본지가 확보한 김 시의원 가족 회사의 내부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김 시의원의 남동생으로 추정되는 김모(56)씨는 지난 2021년 초 ‘A연구원’이란 법인을 설립했다. 연구원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건설 시행업을 주로 했다. 대표와 최대 주주(지분 35%)는 김씨였고 주요 주주는 김 시의원의 다른 동생들이었다. 김 시의원 일가 회사인 것이다.
A사는 설립 첫해인 2021년 2~3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땅 두 필지(941㎡·약 285평)를 사들이면서 서울시 산하 기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임대주택 공급 약정을 체결했다. 주택을 건설하기 전 SH가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은 것이다. A사는 약정을 맺은 뒤 11층과 9층짜리 오피스텔 건물 시공에 들어갔고,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SH에 총 282억원에 매각했다. 김씨가 최대주주로 있었던 시공사 B사도 이 사업으로 같은 기간 101억원의 매출을 냈다.
A사가 SH와 손잡고 부동산 사업을 본격화했을 때 김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2020~2022년)이었다. 도시계획관리위는 임대주택 건설 등 SH 사업 계획과 예산 등을 심의한다. 김 시의원은 당시 서울시 예산안을 검토하고 삭감·증액 필요 의견을 제시하는 시의회 예산정책연구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었다. 서울시나 산하 단체의 사업 계획과 예산 수립·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고 볼 수 있다. 김 시의원이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SH 매입 계획 등을 미리 알고 가족 회사를 통해 사업을 설계했거나, 사업을 수주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A사의 세무·회계를 담당했던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김 시의원이 2021년 6월 두 남동생과 함께 찾아와 ‘가족끼리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는데 회계를 맡아달라’고 의뢰했다”며 “각종 세금·비용 문제를 모두 김 시의원이 나에게 연락해 챙겼다”고 했다. 회사 법인 등기나 경영 관련 기록에 김 시의원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인사는 “김 시의원이 업무 관련 의뢰를 할 때 자기를 ‘김현 재무이사’라고 소개했는데 알고 보니 현직 시의원이었다”고 전했다.
◇김경 제안 서울시 사업, 동생들이 따내
김 시의원 일가 회사는 김 시의원이 제안한 서울시 사업을 잇따라 수주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시의원의 막내 여동생이 대표로 있던 C사는 지난 2019년 2300만원짜리 서울시 연구 용역 과제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서울형 SW(소프트웨어) 교육의 활성화 방안 연구’란 용역이었는데, 이 과제를 제안한 사람은 김 시의원이었다.
A사 대표 김씨가 운영하는 교육 컨설팅 법인 D사도 작년 6월 서울시 문화본부 산하 서울공예박물관이 진행하는 4750만원짜리 교육 프로그램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도 수의 계약이었는데, 계약 체결 당시 김 시의원은 공예박물관을 감독하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었다. 또 D사는 2024년 7월 사업비 4750만원인 서울시 중장년층 교육 프로그램 용역 계약을 수의 계약으로 따냈는데, 이 사업 발의자도 김 시의원이었다. 복수의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김 시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가족 회사에 서울시 사업을 일거리로 밀어준 것이란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라고 했다.
본지가 입수한 A사의 2021~2023년 급여 내역을 보면, 김 시의원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박모(82)씨는 A사 직원으로 등록돼 매년 3000만~6000여 만원을 급여로 받아갔다. 2023년 박씨의 급여는 이 회사 대표인 김씨 급여(5400만원)보다 많은 6960만원이었다. 세무 전문가들은 “실제 근로하지 않고 지급된 급여는 법인세법 위반”이라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경 시의원 측은 이 같은 가족 사업에 대한 본지 입장 요청에 “SH 매입주택 사업은 토지 매입부터 시공, 감정평가 후 매각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 매뉴얼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시행 사업이었다”고 답했다. 의정활동과 연결된 시 사업 수주 의혹에 대해선 “독립적인 법인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한 기업 활동의 일환”이라며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