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제명을 의결한 김병기(서울 동작갑) 의원은 현재 13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의원과 관련된 고발 사건만 24건이다. 2020년 총선 때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2022년 강선우 의원의 ‘1억원 공천 헌금’ 묵인 의혹 등이다. 차남 숭실대 편입 청탁 의혹, 배우자의 서울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등 그의 가족을 둘러싼 비위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김 의원은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에게 공천 헌금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있다. 이 의혹은 지난달 29일 MBC가 강 의원과 김병기 의원의 2022년 4월 대화 녹음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녹음을 들어보면, 강 의원은 다주택 문제로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미리 안 김 시의원이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에게 전화해 1억원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고 김 의원에게 말한다. 김 의원이 “1억원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고 하자 강 의원은 “그렇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라고 했다. 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살려 주세요”라고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13일 김 시의원 징계 요구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돈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상은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며 “어쩌자고 저한테 그걸 상의하셔 가지고”라고 했다. 그런데도 다음 날 김 시의원은 민주당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강 의원과 김 시의원, 김 시의원이 건넨 돈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출신 남모씨의 주거지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를 묵인한 김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경찰은 김 시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지급받아 사용했던 노트북과 태블릿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시의원이 사전에 핵심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김 의원은 아내 등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대가로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 구의원 2명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전직 동작구 구의원 2명이 2023년 12월 작성한 탄원서를 보면 2020년 총선 전 김 의원 아내 이모씨와 측근에게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줬다가 총선이 끝난 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의원들은 김 의원 측에 돈을 준 시기와 방법은 물론 “딸 주라며 새우깡 한 봉지를 담은 쇼핑백에 돈을 돌려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탄원서에 적었다.
경찰은 작년 11월 이 탄원서를 확보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탄원서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24년 총선 당시 보좌관이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고 3선에 성공했다.
김 의원 아내는 2022년 7~9월 당시 동작구의회 조모 부의장의 업무 추진용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작구의 한 인사는 “아내 이씨가 남편 대신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의정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김 의원 보좌진들은 이씨를 ‘사모총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차남의 숭실대 편입과 국내 2위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가족의 병원 진료 특혜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