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의 화재 현장./전북소방본부

80대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서 불이 나 자동 화재 감지 시스템이 작동했는데도 소방 당국의 안일한 판단으로 출동이 지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불길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A(80대·여)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1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0시 41분쯤 전북 김제시 용지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집에는 홀로 사는 A씨를 위해 화재 시 자동으로 119에 신고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화재 당시 이 장치는 정확히 작동했고, 불길을 감지한 기계는 즉시 전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로 신고했다. 하지만 상황실 근무자는 이 신고를 기계 오작동으로 판단했다. 당시 상황실은 곧바로 A씨와 통화를 시도했는데, A씨는 소방대원에게 ‘불이 안 꺼진다, 지금 무슨 소리가 난다, 캄캄해서 큰일 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근무자는 이를 화재가 아닌 다른 불빛으로 이해해 출동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오판은 계속됐다. 최초 신고 4분 뒤인 0시 45분 시스템을 공동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센터가 소방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복지부 측이 상황을 설명하며 출동 여부를 물었지만, 소방 관계자는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며 출동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소방차가 출동한 건 그로부터 8분이 더 지난 0시 53분이었다. “옆집에 불이 났다”는 이웃 주민의 119 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출동에 나선 것이다. 소방대원들은 1시 3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주택은 이미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최성기(最盛期) 상태였다. 불은 1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A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최초 기계 신고가 접수된 0시 41분에 소방이 즉각 출동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상황 판단이 어려웠다면 A씨에게 “일단 집 밖으로 대피하라”는 요청을 하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북소방본부는 사건이 불거지자 고개를 숙였다. 소방본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상황실의 안일한 판단으로 출동이 지연됐다”며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기의 반복적 오작동 또한 상황 판단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고 했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로 접수된 신고 9271건 중 57.29%(5311건)가 오인 신고나 무응답이었다. 실제 화재로 이어진 경우는 0.23%(21건)다.

전북소방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119 신고 접수 시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신고 접수자 1인의 판단이 아닌 교차 확인을 통해 신고 내용을 상호 판단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