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 조직이 북한 인권 운동가 김은주씨의 컴퓨터를 해킹해 김씨의 지인들에게 악성 코드를 유포한 정황이 확인됐다. 2006년 탈북한 김씨는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증언하고 우크라이나 파병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사이버수사대는 지난 9월 김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누군가 김씨의 카카오톡 계정에 무단 접속해 김씨의 지인 36명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이니 다운받아 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인 것처럼 지인의 이름을 부르고 “마음을 정리하고 기분을 전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시지를 보낸 건 해커였고 메시지에는 악성 코드가 담긴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카카오톡 PC 버전에서 이 파일을 클릭하면 컴퓨터 내부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곧바로 지인들에게 해킹 사실을 알려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악성 코드의 구조가 과거 북한 해킹 조직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킹 조직이 김씨의 컴퓨터를 장악한 뒤 내부에 설치된 카카오톡 계정으로 악성 코드가 담긴 파일을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김씨 주변에 있는 북한 관련 인물들의 정보를 빼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