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압수수색. /부산경찰청

마약이 든 식욕 억제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기준에 따르지 않고 마구잡이로 처방해 준 의사와 이를 투약한 환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A씨 등 의사 9명과 환자 26명 등 모두 35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식약처의 안전 사용 기준을 따르지 않고 향정신성의약품인 식욕 억제제 등을 체중 감량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식욕 억제제는 초기 체질량 지수(BMI)가 일정 수준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BMI 측정을 하지 않거나 체중과 신장을 환자의 말만 듣고 처방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성분이 든 식욕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우울증이나 불면증 부작용이 생기고, 신경계 손상 등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3개월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환자들은 식욕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서 내성이 생기고, 살이 안 빠진다는 불안감에 용량을 늘려 권장량의 2~3배를 복용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30~40대 여성이었다. 특히 한 환자는 18개월에 걸쳐 5629정(권장량 1635정)을 처방받기도 했다.

의사들은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하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경찰은 식약처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부산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와 내과 등 병의원 8곳을 압수 수색했고, 진료 기록부와 마약류 조제·투약 내역을 분석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욕 억제제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라 치료제다. 특히 정신과적 부작용이나 의존성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정해진 기간 내에서만 복용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더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용 마약류 사범에 대해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