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과 함께 자선단체를 위장해 테러자금을 모집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을 붙잡아 구속했다. 테러자금 모집 규모로는 국내에서 적발된 사례 중 최대 규모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7일 테러방지법과 테러자금금지법 위반 혐의로 우즈베키스탄인 A(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 8개 계정을 운영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을 선전하고, 아프리카 우물 사업을 내세운 자선단체 Y에 대한 지원을 명목으로 가상자산 USDT(테더) 62만여개를 모금한 혐의를 받는다. 검거 당시 시가로 약 9억5200만원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모금한 자금 일부를 UN 지정 테러단체 KTJ(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 여단)와 국제 제재 단체 하마스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송금했다. 밝혀진 금액은 2700여만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마스에게 지원된 테러자금 규모가 특정된건 흔치 않다”며 “더 많은 테러자금이 지원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TJ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 타도와 중앙아시아 내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내세우는 살라피-지하디스트 계열 무장조직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 역시 EU와 영국 등에서 테러단체로 지정한 급진전 이슬람 원리주의 성격의 단체라고 한다.
A씨는 인스타그램에 “알라신을 위해 우리 같이 지하드(성전)를 하자”는 등 극단주의적 선동 게시물을 다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외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결제 링크를 공유하며 기부를 유도하고,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한 축구 동호회를 만들어 자국 출신 회원들을 상대로 직접 모금활동도 벌였다. 아직까지 축구동호회를 통해 모금된 테러자금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유학생 비자(D-2)로 입국해 이후 전문대를 다니다 중퇴한 뒤 2023년 3월부터 난민 신청 신분으로 경북 경산과 경기 안성 등에 체류해왔다. 그는 검거 시점까지 11회에 걸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난민 신청까지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된다. 신청 기간은 비자가 연장되는데 이점을 노려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도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즈베키스탄 형법 위반(테러자금 지원) 혐의로 현지에서 수배 중이었던 상태였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은 A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한국 경찰에 신병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안카메라와 금융 추적을 통해 A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지난 16일 안성의 한 숙소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에선 휴대전화 8대와 노트북을 압수했다. 이중 휴대전화 6대에 대한 포렌식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추가로 모금한 가상자산이나 현금이 있는지, 또 국내 체류 중 공범이 존재하는지를 수사 중이다. 또한 확보한 거래내역을 분석해 다음 달 열리는 경주 APEC 회의 등 국내 주요 국제행사에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자금 흐름도 집중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