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신이 근무하던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교사 명재완(48)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만)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등)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명재완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범행 사이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점, 죄 없는 아동을 잔혹하게 살해한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명재완은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쯤 자신이 근무하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 창고로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김양을 살해했다. 또 범행 4~5일 전 교내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발로 차 부수고, 동료 교사의 목을 감고 세게 누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아동 청소년이 보호받지 못한 잔혹한 사건을 저질렀다”며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정상적이지 않은 심리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행 대상을 선택한 이유과 과정, 범행 계획, 발각을 막기 위해 했던 행동 등을 고려하면 당시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결여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범행 후 발각되지 않도록 김양의 휴대전화를 파괴하거나 범행 장소의 불을 끄는 등의 행동을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가장 제압하기 쉬운 연약한 아이를 유인해 분노를 표출했다”며 “범행의 목적,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할 사정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생명을 빼앗아야만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피고인이 가석방 등으로 출소하더라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준수사항 부과로 어느 정도 피고인의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형 선고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분명히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명씨는 법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피고인의 심리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명이 가정 불화에 따른 소외, 성급한 복직에 대한 후회, 직장 부적응 등으로 인한 분노가 증폭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자인 초등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상동기 범죄’라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명 측이 요청해 진행된 정신감정에서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당시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자문 결과와 범행 전후 행동 등을 토대로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자신의 범행 의미와 결과를 충분히 예견한 상태였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우울증과 양극성 정동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더라도 형을 감경할 사유로 볼 것인가는 법관의 재량”이라며 “감형 요소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면을 결정했고, 별도의 이의 절차를 밟지 않아 파면이 확정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해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김양의 유족 측은 이날 1심 선고 후 “법원이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