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글이 사흘 연속 119 안전신고센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학교는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최근 전국 학교에 폭파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인천 서부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3분쯤 인천 서구의 한 고등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119 안전신고센터 사이트에 올라왔다.
글의 제목은 ‘00고 오늘은 진짜 폭파시킨다 XX’. 작성자는 “어제 새벽에 C4와 뇌산수은으로 만든 간이 폭탄을 학교 곳곳에 설치했다”며 “하교 시간 이전에 폭발하도록 설정해 뒀다. 공범 10명을 데리고 생존자를 살해하겠다”고 했다.
학교는 이날 아침 각 가정에 “경찰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는 긴급 공지문을 보냈다. 학생 930여 명이 수업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교내를 수색한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글은 지난 13일과 14일에도 올라왔다. 13일에는 “오전 11시에 학교에 찾아가 칼부림한 뒤 폭발물을 설치해 폭파하겠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14일에는 “어제 예고한 거 XX(경찰관을 말하는 비속어) 떠서 못 죽였다. 오늘 모의고사 날이고 어제 한번 경찰 떴으니까 오늘은 내가 예고해도 안 갈 거 같아서 예고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때문에 학교는 13일 문을 닫았고 14일에는 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학교 관계자는 “폭파 협박 때문에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119 안전신고센터에 글을 쓰려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어 임의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도 글을 등록할 수 있다. 이번 세 건의 글 모두 등록된 이름과 전화번호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외 서버를 통해 글이 등록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학교를 대상으로 한 폭파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광주광역시의 중·고등학교 4곳에는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협박 메일이 전송됐다. 경찰이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충남 아산에선 같은 날 온라인을 통해 “아산의 고교에 폭탄을 설치했고, 30분 뒤면 2학년 학급에서 터질 것”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 과정에서 등록된 전화번호 등 정보를 활용해 용의자를 붙잡았으나 용의자는 “신고를 한 사실이 없다. 자신의 번호가 도용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신고자를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