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대신 방문객 화만 끓게 했다’는 혹평을 받았던 부산 세계라면축제의 기획·운영자들이 잠적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투자금 등 수억 원을 가로채 도주한 탓에 축제가 ‘엉터리’로 전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축제 운영사 대표 A(50대)씨와 회장 B(50대)씨 등 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5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 단지에서 열린 세계라면축제에서 투자자와 협력 업체에 수익금과 공사 대금 등을 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기장군 허가 없이 축제에서 몰래 식음료 판매 시설 4곳을 운영한 혐의도 받는다.

세계라면축제는 지난 5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계획됐다. 당시 주최 측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베트남, 미국 등 15국 2200여 종의 라면 브랜드가 참여한다’고 홍보했다. 입장료로 1인당 1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개막 후 소셜미디어에 불만 글이 쏟아졌다. ‘축제 현장에 한국 라면 2종밖에 없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라면을 먹지도 못했다’ ‘제대로 된 그늘막 하나 없는 축제는 처음 본다’ 등 내용이었다. 초대 가수 공연이 돌연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주최 측에서 돈을 받지 못한 푸드트럭들이 하나둘 철수하면서 축제는 예정된 기간보다 사흘 앞선 5월 8일쯤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부실한 행사 운영으로 방문객 불만이 폭주하고 대금을 못 받은 협력 업체들이 반발하자 A씨 등은 행사 도중 잠적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초 A씨를 전남 여수에서 검거하고, 이어 부산에서 B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고 생활비로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