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구립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전시돼 논란이 일자 중구청이 전시실을 폐쇄했다.
대경미술연구원은 지난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기획 전시회를 연다. 전시실 3곳에 작가 19명의 예술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그런데 1전시실에 걸린 홍성담씨 그림 3점이 논란이 됐다. ‘동학의국’이란 제목의 그림에는 윤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나체를 의료진이 해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인물 오른손 바닥에는 ‘임금 왕(王)’ 자가 새겨졌고, 그림 아래쪽에는 “아래 괴수와 무뢰배 놈들이 역병을 여기저기 옮기고 있으니 절대 주의할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윤석열 정부 때 불거진 의정 갈등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그림 옆에는 화투패에 윤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우가 그려진 ‘똥광’, 보름달 속에 이승만 전 대통령 얼굴을 그린 ‘팔광’이란 홍씨 그림이 걸렸다. 홍씨는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출산하는 그림을, 2014년엔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을 내놓은 적이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전시회 첫날 주최 측인 대경미술연구원에 홍씨 그림 3점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경미술연구원 측은 “이번 전시는 시대정신을 탐구하는 미술가를 초청하고 그 태도와 미술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정치적인 작품은 회관 운영 조례상 전시할 수 없다”며 해당 작품이 걸린 1전시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전시실 작품은 비공개 상태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전시 참여작가 중 한 명인 김미련 로컬포스트 대표는 “전시실 폐쇄 조치는 예술 작품에 대한 부당한 검열이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회관 측에 조례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