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텔레그램을 통해 사들인 청소년 명의의 대포 계정으로 안전결제 ‘피싱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 1400여명에게 67억원을 뜯어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금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혐의로 30대 국내 총책 A씨 등 42명을 검거해 이 중 혐의가 무거운 14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 중에는 대포 계정을 유통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한 중학생, 고등학생 등 청소년 19명이 포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캄보디아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피싱사기를 통해 피해자 1462명으로부터 약 6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포계정을 매입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중고거래 플랫폼 계정별 단가표에 따라 “계정을 판매하면 돈을 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카카오톡, 당근마켓 등의 계정을 무더기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계정 1개당 1만∼10만원을 주고 매입했는데, 대부분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계정을 팔았다고 한다. 이렇게 사들인 계정으로 피의자들은 중고 매매 앱인 ‘당근’ 거래자 등으로 위장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포 계정으로 허위 물건을 올리고, 물건을 사려는 피해자들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허위 안전결제 피싱사이트로 유도한 것이다. 이들에게 속아 실제로 이 사이트를 이용해 결제하는 금액을 가로채는 방식이었다.

경기북부경찰청 전경./김은진기자

이 범행에 가담한 청소년들은 더 많은 계정을 판매하기 위해 계정 정보를 갈취하고자 친구들을 협박·강요하는 등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거된 대포계정 공급총책 중 한 청소년은 조직원으로 영입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조직원들은 중학교 동창들로 이뤄졌으며, 범죄수익금은 유흥비, 마약 구매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대포 계정 532개와 해외 메신저 대포계정 매입채널 6개를 폐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도피한 조직원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여권무효화·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