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70대 외국인을 구조하던 30대 해양경찰관이 사망했다. 숨진 해경은 갯벌에 고립된 남성을 구조하기 위해 자기가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1일 구조 중 실종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이 이날 오전 9시 41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남서쪽 약 1.4㎞ 해상에서 수색 중이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에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경장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진두항으로 옮겨졌고, 소방 당국에 인계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날 오전 2시 7분쯤 야간 드론 순찰 중 꽃섬 인근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 경장은 확인을 위해 영흥파출소에서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조를 4시간여 앞두고 빠르게 차오르는 밀물에 갇힌 중국 국적 70대 남성 A씨를 발견한 이 경장은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오전 3시쯤 A씨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A씨의 상처 난 발에 순찰 장갑을 신겨준 뒤 함께 뭍으로 헤엄쳐 나오다 실종됐다.
영흥파출소는 무전으로 소통하던 이 경장과의 연락이 두절되자 오전 3시 30분쯤 인천해양경찰서 상황실에 “갯벌 고립자를 구조하던 경찰관이 실종됐다”고 보고했고, 해경은 즉시 수색에 나섰다. A씨는 오전 4시 20분쯤 해경 헬기를 통해 구조됐다.
해경은 경비함정 28척과 헬기 1대, 항공기 1대 등을 동원해 실종된 이 경장을 찾기 위한 수색을 벌였다. 이 경장은 이날 오전 9시 41분쯤 사고 해역 인근을 수색하던 해경 특공대에 발견됐다. 실종된 지 약 6시간 만이다. 해경은 이 경장이 갑자기 불어난 바닷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목숨을 던져 타인의 생명을 구한 동료 경찰관의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경장은 2021년 7월 해양경찰로 임용됐다.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t급 경비함정을 거쳐 현재까지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해 왔다.
이 경장의 빈소는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 경장의 장례는 중부해경청장 장(葬)으로 오는 15일까지 5일간 엄수된다. 이 경장의 빈소를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너무나 상심하셨을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국민들도 이런 희생에 가슴 아파하고 깊이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경찰청은 11일 승진 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경장의 계급을 경사로 1계급 특진했다고 밝혔다.